반역변절

궁중음식 처음 먹은 외국인들, 그릇 싹

한부울 2007. 11. 8. 11:24
 

궁중음식 처음 먹은 외국인들, 그릇 싹…

[조선일보] 2007년 11월 08일(목) 오전 00:39

 

 

“한식은 지중해 음식과 더불어 지구상 마지막 웰빙 음식이라고 불립니다. 우리의 전통 궁중 음식을 세계적인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 알린다는 자부심 때문에 힘든 것도 잊어요.”


전 세계 180개국 2000여명 직원이 근무하는 파리 속의 ‘작은 지구촌’ 유네스코. 지난 6일 낮 이곳 레스토랑의 주방을 한국에서 날아온 9명의 한식 요리사들이 ‘점령’했다. 그러고는 홀을 가득 메운 손님들에게 ‘잣죽→구절판→삼색전→갈비찜구이→신선로→연어구이’ 등으로 이어지는 궁중 요리 코스를 선보이면서 전통 한식의 맛을 알렸다.


궁중 요리 코스를 메뉴로 선보이는 ‘한국 음식 축제’는 파리 유네스코 본부의 7층 레스토랑에서 6일 개막돼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주불한국문화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의 일등 공신은 한국에서 날아온 9명의 한식 요리사들이다.


한국조리사회중앙회가 서울에서 일하는 회원들 중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친 뒤 팀을 구성했다. 경력 30년의 셰프 이재옥(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한식팀장)씨가 팀장, 경력 25년의 최도환(아산병원 조리실장)씨가 부팀장, 나머지 팀원들도 특급호텔, 전문 한정식집 등에서 근무한 경력 10~25년의 베테랑 요리사들이다. 김현(한국조리사중앙회 기획실장)씨는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다들 몸담은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휴가 내서 어렵게 파리행에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솜씨 좋은 요리사가 있다고 요리가 절로 되는 건 아니다. 한식 재료를 입맛대로 구하기 힘든 파리에서 정통 궁중 요리를 선보이기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일. 선발대가 먼저 파리를 방문해 시장과 한국 수퍼, 중국 수퍼를 다니면서 식재료를 점검했다. 그래도 조달이 힘든 식재료와 한식기 50인 세트는 한국서 공수해 왔다. 이들이 항공화물로 가져온 짐만 2?. 지난 4일 도착해 하루 2~3시간 자면서 음식 준비를 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주방은 완전히 전쟁터랍니다. 한식에 맞지 않는 프랑스식 주방에서 요리하지요, 말도 안 통하는 프랑스 웨이터들한테 신선로 같은 낯선 궁중 음식을 순서대로 내도록 시켜야지요, 진땀 빼는 상황의 연속이지요.”


주방에서는 파리의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 다니는 한국학생 4명이 번갈아 통역 겸 보조원 역할로 자원봉사를 한다. 하지만 고생한 보람은 톡톡히 있다. 연일 예약이 꽉 찬다.


“한국의 궁중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외국인들도 그릇을 싹싹 비워내는 걸 보고 한식의 세계화에 더욱 큰 자신감을 얻었어요. 한식은 흔히 맵고 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궁중 음식은 담백하고 조리법도 과학적이며, 균형 잡힌 식단이라 유럽인 입맛에도 잘 맞는답니다.”


이재옥 팀장은 “여건만 된다면 이번에 구성된 ‘한식 드림팀’으로 전 세계 도시 곳곳을 다니며 한국 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경희 특파원(파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