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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 달 탐사위성, 13억 꿈 싣고 우주로

한부울 2007. 10. 25. 12:43
 

중국 최초 달 탐사위성, 13억 꿈 싣고 우주로

[오마이뉴스] 2007년 10월 24일(수) 오후 09:19

[모종혁 기자]

시창발사기지에서 발사되는 중국의 달 탐사위성 창어 1호. 창어 1호 발사로 중국은 우주 강국의 대열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홀로 있는 비운의 여신 창어(嫦娥)를 찾아 달에 올라가겠다."


달을 향한 중국인의 오랜 꿈이 드디어 실현됐다. 24일 오후 6시 5분(중국시간) 중국 쓰촨(四川)성 시창(西昌)위성발사기지에서 달 탐사위성 '창어 1호'가 발사됐다. '창정(長征) 3호' 로켓에 실린 창어 1호는 발사 직후 1단계 로켓을 분리하고 곧이어 2, 3단계 로켓을 떼어낸 뒤 우주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중국넷>(中國網)은 "창어 1호가 13억 중국인의 자부심과 꿈을 싣고 힘차고 안전하게 구름을 뚫고 하늘 속으로 날아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넷>은 "발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껴안으면서 열광했다"면서 "날아오르는 창어 1호를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조국만세'를 외치는 함성이 곳곳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창어 1호가 발사된 시창은 이미 1주일 전부터 발사 광경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을 제외하고 중국인과 홍콩인 1500명에 대해 발사 광경 관람을 허용했다. 1장에 800위안(한화 약 9만6000원)의 높은 가격이지만 지난 17일 판매가 모두 완료됐다. 시창 시내의 대부분 호텔은 25일까지 객실 예약이 끝났고, 쓰촨성 수도인 청두(成都)에서 시창으로 가는 항공편은 24일까지 좌석이 모두 매진됐다. 25일부터 27일까지 시창에서 청두로 돌아가는 항공편도 예약이 끝났다.


발사 현장을 보기 위해 시창 현지에 가있는 탕스(26)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창어 1호가 발사되는 수십여 초를 보기 위해 멀리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탕스는 "창어 1호가 발사되는 순간 참관자들은 역사적 현장을 함께한 감동에 환호성을 질렀다"면서 "로켓 발사 후 30여분이 지난 뒤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관장을 떠나지 못하고 감격해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창어 1호의 발사를 보기 위해 시창발사기지에 몰린 사람들. 800위안을 내고 관람권을 거머쥔 '행운아'들이다


"달에 올라간 창어를 향한 수천 년의 꿈이 실현됐다"


이날 중국이 발사한 달 탐사위성의 이름은 중국 민간 전설에서 달의 여인인 '창어'에서 따왔다. 창어는 활의 명수인 후이(後?)의 아내로,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받은 불사약을 먹고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됐다는 여신. 달의 월궁에서 후이를 그리며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신 창어를 위로하기 위해 백성들은 매년 음력 8월 15일 향을 피우며 술을 올렸다. 중국 중치우제(中秋節)의 민간풍속은 창어의 전설에서 유래됐다.


창어의 숨결을 찾아 달에 올라가겠다는 중국의 노력은 이미 1966년에 시작됐다. 미국과 옛 소련이 경쟁적으로 우주선을 발사하고 우주인을 잇달아 보내자, 중국 정부도 우주인 후보 20명을 선발해 훈련시키기 시작한 것. 우주를 향한 중국의 발걸음은 문화대혁명의 발발로 중단됐으나, 1990년대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발판으로 중국은 다시 우주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1999년 11월 19일 중국 최초의 우주선인 '하늘의 배' 선저우(神舟) 1호가 발사됐고, 2001년 1월에는 2호가, 2002년 3월과 12월에는 3호와 4호가 연이어 발사됐다. 2003년 10월 15일 첫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던 우주 개발 경쟁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중국 최초로 우주인인 된 양리웨이(楊利偉)는 우주영웅으로 추대되어 중국인의 우상이 되었다.


중국이 '창어프로젝트'(嫦娥工程)로 명명된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04년 2월. 1994년부터 달 탐사의 타당성을 연구한 중국 정부는 1996년에 이미 달 탐사 위성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등 꾸준한 준비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달 탐사 계획을 3단계로 나누어 이번에 인공위성을 통해 달 표면을 탐측 분석하고, 2012년까지 무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며, 2017년 이내에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단계에 걸쳐 2017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창어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첨단기기로 탐측... 달에 중국 노래를 방송


중국은 이번 창어 1호 발사를 통해 '우주강국'의 이미지 제고와 달에 매장된 지하광물의 개발을 선점할 의도를 지니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논의됐던 달 탐사선의 발사 시간을 갓 폐막된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에 맞추어 '중화부흥'(中華復興)의 이미지를 한껏 극대화했다. 이번 17전대에서는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통치관인 '과학발전관'을 당장(黨章)에 삽입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을 중시하는 국가이념을 한층 강화했다.


루안언제(欒恩杰) 중국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 달 탐사 프로젝트센터장은 23일 "이번 달 탐사는 세계의 조류를 쫓는 것이 아니다"면서 중국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달 탐사에 나서고 있음을 밝혔다. 루안 센터장은 "중국은 달 탐사를 실현할 수 있는 자체 로켓 발사 기술과 위성 기초 능력을 이미 갖추었다"면서 "창어 1호 제작과 발사에 14억 위안(약 1680억원)을 썼지만 이는 지하철 2㎞의 건설비용에 불과하고 앞으로 얻을 이익에 비하면 아주 적은 돈"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창어 1호에 자체 개발한 각종 첨단 탐측기기를 실어 달을 탐사할 예정이다. <신화통신>은 "창어 1호에는 상하이과학연구원에서 제작된 레이저 고도계가 실렸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길이 30mm, 무게 15kg의 레이저 고도계는 달에 레이저를 발사, 반사하여 3D입체 영상으로 달 표면을 촬영한다"면서 "달 지표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레이저 광속도에 따라 거리를 측정하고 달의 정확한 고도 및 산맥, 분지 등을 파악하여 정밀도가 높은 달 지형도를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창어 1호는 달 표면을 돌면서 중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노래도 방송할 계획이어서 주목을 끈다. 지난 7월부터 달 탐사 프로젝트센터는 3차례의 추첨 활동을 벌여 '조국 찬양', '황하·양쯔강 찬미', '달', '문화유산', '고전경극', '어린이', '화교의 조국애' 등을 소재로 한 30곡을 선정했다. 9월 10일에 있었던 최종 추첨에서는 시창발사기지의 탐사위성 발사현장을 직접 관람하는 사람을 뽑는 행사도 벌여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창어 1호에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8개의 첨단 탐측기기가 실려 있다. 중국은 창어 1호를 통해 자국의 과학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과학강국의 이미지를 한껏 드높일 계획이다.


대형위성 발사기지도 건설... 우주개발 경쟁 주도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에 3번째 유인우주선인 '선저우 7호'를 발사하여 우주 개발 경쟁을 주도할 계획이다. 중국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달에 하이난(海南)성 원창(文昌)성에 위성발사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중국에는 이미 시창기지 외에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기지,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기지 등 3곳의 위성발사기지가 있다. 원창기지는 중국에서 4번째이자 연해지방에 세워지는 최초의 위성발사기지가 된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대형 로켓 발사기지로 원창기지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군사위성과 유인 우주선은 주취안기지에서, 기상위성은 시창기지에서, 통신위성은 타이위안기지에서 발사되고 있지만, 모두 내륙지방에 위치하여 발사로켓의 지름이 3.35m 이하로 제한되고 발사체의 잔해가 육지에 떨어지는 위험이 있다. 원창기지가 건설되면 2010년부터 선보일 신형 로켓인 '창정 5호'를 비롯한 대형 위성과 우주정거장을 발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창어 1호' 발사를 계기로 아시아 각국의 달 탐사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일본은 이미 9월 14일 가고시마(鹿兒島)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달 탐사위성 '가구야'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가구야는 일본이 자체 개발한 H2A 로켓에 의해 적외선, 감마선 센서 등 첨단 관측기기와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하여 12월 달 궤도에 들어가 예정이다. 달 탐사 프로젝트 '셀레네'를 추진하는 일본 정부는 2010년대 초에 달 표면에 착륙하는 '셀레네 2호'를 발사하고 장기적으로는 달 표면에 우주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아시아의 또 다른 우주강국 인도도 내년 4월 자체 개발한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찬드라얀 1호를 달 상공 100㎞ 궤도에서 2년간 비행토록 해서 달 표면을 최대한 정밀 탐사할 의도를 지니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달 탐사는 달에 묻혀있는 지하자원의 확인과 이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달에는 차세대 에너지원인 '헬률3'이 최대 500만 톤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제 위상을 드높이고 미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달 탐사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종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