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가 '일제군가'였다니…
[조선일보] 2007년 10월 08일(월) 오전 10:45
일제군가나 창가의 곡을 그대로 따온 찬송가와 복음성가가 한국 교회에서 널리 불려지고 있다고
조형균(78) 계성종이 역사박물관 관장은 “일제 때 경찰을 했던 사람이 해방이 되자 속죄하는 심정으로 교회의 부흥강사를 하면서 퍼뜨린 노래 중에 ‘부럽지 않네’라는 성가가 있다”며 “거기에 붙인 곡조는 일제가 청을 제압하고 조선 식민지배의 토대를 굳힌 청일전쟁을 찬양하는 일본 해군 노래”라고 밝혔다. 조관장은 “해방 전엔 그렇다 치지만 해방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러하니 도대체 우리가 해방된 민족인지 통탄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관장은 ‘부럽지 않네’에 붙은 곡은 1895년 ‘사사키 노부쓰나’라는 사람이 작사하고 ‘오쿠 요시이사’라는 사람이 작곡한 ‘용감한 수병’에서 따온 노래로, 청일전쟁 승리를 찬양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일본의 국민가요였다고 설명했다.
그 노래 8절에 나오는 “아직 그대롭니까 적함 정원(定遠)은? / 그 말 한 마디는 짧을지라도/ 황국을 생각하는 온 국민의/ 마음에 길이길이 쓰여지리라”라는 가사는 중상을 당하고도 부함장을 찾아 적함이 격침됐는지를 묻고 바로 숨졌다는 어느 3등 수병을 영웅화한 내용이다.
조 관장은 ‘새로운 복음성가’ 제50장 ‘허사가’도 같은 곡이라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또 부흥회용 ‘복음성가’ 제35장에 들어 있는 ‘신구약 성경 목록가(창세기 출애굽기)’는 어린이 신도나 교회에 처음 나가는 사람들이 성경내용을 암송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인데, 이는 일제가 도쿄 신바시에서 요코하마 쪽으로 철도를 놓아 개통했을 때 지어 부른 4행 66절 노래 ‘철도창가-도카이도편’에서 곡을 따왔다고 말했다.
이 ‘철도창가’의 곡은 ‘새로운 복음성가’ 제88장의 ‘요일가’와 유행가처럼 불린 “학도야 학도야 청년 학도야”로 시작하는 ‘학도가’에도 붙었고, 민속음악 ‘달아 달아 밝은 달아’에도 원래 곡 대신 붙여져 널리 불렸다.
직접 일본에 가서 악보를 채집해 오는 등 수년간 애쓴 끝에 이런 사실을 밝혀낸 조 관장은 “최근 한국방송의 노인프로그램에서 죽음준비학교를 소개하는 중에도 ‘철도창가’를 딴 노래가 나왔다”면서 “어디서 또 일제의 ‘망령’이 튀어나올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노동은 중앙대 창작음악과 교수는 “그 동안 항일독립운동가나 동요에 일제군가나 창가의 곡에 가사만 바꾸거나 표절을 한 노래들이 많다는 사실은 지적이 돼왔지만 찬송가는 그런 줄도 모른 채 지금도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며 “우리 음악계에서 해야 할 일을 한 개인이 밝혀내 놀랍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찬송가 ‘주님 고대가’도 일본 음계와 박자로 작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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