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에 무게중심… ‘북핵’도 거론될 듯
[문화일보] 2007년 10월 02일(화) 오후 03:43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2일 평양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을 도출한 1차 정상회담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최대 관심사는 결국 양 정상이 ‘어떤 의제를 논의하고 합의하느냐’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합의서(8·5 합의서)에 명시돼 있는
▲한반도 평화
▲남북 경제협력
▲조국 통일의 새국면 등 세 가지 큰 범주 안에서 양 정상이 폭넓게 협의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사항들은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한반도 평화 =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의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핵 폐기
▲한반도 평화체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남북 정상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의견을 교환할지가 관심거리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의 북핵 논의와 관련, “6자회담에서 풀려가고 있는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북핵을 말하라는 건 가급적 가서 싸움하라는 얘기”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떼어놓고 한반도 평화를 얘기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를 감안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북핵 문제에 대해 언급이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얘기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폐기 이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의 노력에 논의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미국 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구축문제와 경협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혀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주요 의제임을 재확인해주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북한은 현재의 불안한 정전체제는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며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해 NLL 재설정 문제도 회담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달 13일 국회에 출석, “정상회담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NLL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북측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철수 등 민감한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 = 이번 회담은 남북 경제협력에 무게중심이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미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남북 경제공동체의 건설을 위한 대화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감안한 듯 이번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에 4대 그룹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경제인들이 대거 포진했다. 또 남측 방북단 참관지에는 서해갑문을 비롯해 산업시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범여권의 한 인사는 “남측은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받기 난감한 군축을 제의할 경우에 대비해 경제회담으로 몰고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협 의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함경남북도 산업시찰을 하면서 북한내 대표적 경제통인 홍성남 전 내각총리, 홍석형 전 국가계획위원장(남한의 경제부총리) 등을 대동하며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해주, 나선지구 등지에 제2, 제3의 개성공단 조성, 남포항 현대화 및 조선소 건설, 개성 ~ 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등 북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남측에 희망해온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문제가 거론되거나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이를 반영하듯 이번 회담 특별수행원에는 전력, 철도, 도로, 토지 등 관련 분야 공기업 대표들이 대거 포함됐다.
한편 날로 심화되고 있는 북한 식량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농업 발전 방안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수 있다. 정상회담 공식수행원인 임상규 농림부장관은 지난달 21일 “북한의 농업과 임업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농업 분야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별도의 남북 농림장관 회담도 열자고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다.
◆조국 통일의 새국면 = 북측은 정략적 차원에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의 절충적 통일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남북한의 통일방안에 대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논리를 제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북핵 문제가 풀리면 차기 정부 내에 남북 국가연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통일 방안 논의는 6·15 공동선언 이후 불거진 남남갈등을 감안할 때 남북 정상이 성급하게 합의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반도 화해협력번영 소위원회’ 같은 통일, 정치, 사회, 경제협력 등 분야별 남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8·5 합의서’에서 ‘조국통일의 새 국면’이 명시된 만큼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민족통일기구’같은 상설 통일 방안 논의기구나 “장차 연방정부 역할을 수행할 ‘초민족회의’의 구성 가능성”(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권로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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