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경작지가 죽음의 모래땅으로
[문화일보] 2007년 10월 01일(월) 오후 02:04
누가 몽골을 초원지대라 불렀는가. 몽골은 더 이상 초원이 아니다. 사막이다. 대초원에서 말을 달리며 세계 정복을 꿈꿨던 칭기즈칸만을 떠올린다면 지금의 몽골은 찾을 수 없다. 발길 닿는 곳마다 푸른 풀밭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갈아타고 대도시에서 반나절은 가야 겨우 초원의 형상과 접할 수 있다.
문명의 진전과 인간 활동의 결과 나타난 기후변화와 생산성의 상실, 식생의 감소 때문이다. 동진(東進)하는 사막화의 최전선,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쿠부치(庫布齊)사막의 동쪽 끝에서 인간 활동의 혹독한 결과, 사막화의 악마성을 확인했다. 뜨거워지는 땅, 온난화라는 부드러운 개념이 어울리지 않았다. 차라리 열화(熱火)라고 부르고 싶었다.
베이징(北京)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12시간을 달려 네이멍구의 바오터우(包頭)로 갔다. 베이징에서 직선거리로 500㎞에 불과한 지점, 중국의 서쪽 끝 타클라마칸에서 시작한 사막은 동쪽으로 확장을 거듭해 지난 수세기를 지내는 동안 이곳까지 도달해 있었다.
◆초원, 황무지, 사막 = 바오터우는 네이멍구의 수도 후허하오터(呼和浩特)에서 차로 4시간 떨어진 곳이다. 동진하는 쿠부치사막에서도 가장 동단에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고속도로 변은 간간이 펼쳐지는 초원과 황무지로 변해가는 사막화 현장과 이미 버려진 땅이 돼 버린 사막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녹색과 붉은 빛과 황색이 교차했다. 검붉은 수수밭과 노란 해바라기밭, 철길 옆 방풍림이 보이더니 뿌리부터 보이는 산이 나타난다. 그리고 끝 없는 지평선. 유사(流沙)가 춤을 춘다. 또 다시 이어지는 지평선. 하늘과 맞닿은 황금색 땅 끝으로 차는 끝을 모른 채 달린다.
쿠부치사막. 그 사막의 맨 동쪽에 위치한 이곳 이름은 샹사완(響沙灣). 그 크기와 넓이를 짐작할 수 없는 모래의 바다 위를 걸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말라 부스러져 모래가 됐다. 하늘빛을 빼고는 온통 노랑과 금빛의 물결이다.
◆사막은 현실이다 = 사막은 낭만이 아니다. 사막은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그리고 영화 속에서만 아름답다. 잠시도 못가 현기증이 난다. 강한 바람이 일자 미세한 모래가 얼굴을 세차게 때려댔다. 눈을 뜰 수조차 없다. 절로 고개가 돌아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숨 쉬기가 힘들다.
쿠부치사막이 한국에서는 봄의 불청객인 황사를 일으키는 발원지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우리의 황사는 이곳의 모래폭풍, 즉 사천바오(沙塵暴)다. 3월부터 5월까지 특히 엄습하는 모래폭풍을 이곳 주민들은 스사(死沙)라고 부른다. ‘죽음의 모래’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곳 샹사완은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농사를 짓던 곳이었다. 10년 간 인간들이 생태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 급속하게 사막화의 길을 걸어온 곳이다. 마을 촌장 가오는 “10년 전만 해도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작지가 사막으로 = 모래 사이에 드문드문 풀이 보인다. 물이 없는 곳에 어떻게 풀이 살 수 있을까. 손가락으로 모래를 파봤다. 5㎝도 못파서 습기가 차오른다. 어디를 파봐도 비슷했다. 온통 모래가 덮여 있는 이곳 사막의 바로 밑에는 물기를 머금은 대지가 숨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곳이 최근 사막화한 곳이란 증거였다.
인근 어얼둬스(鄂爾多斯) 이치(伊旗)현의 가오청(高成) 임업국 부국장은 “중국 서부지역 사막의 모래들이 톈산(天山)산맥을 타고 내려온 편서풍에 실려 이곳을 덮으면서 사막화가 시작됐다”면서 “여기에 가축의 무분별한 방목으로 풀이 뿌리째 사라지면서 사막화의 진행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사막화는 곧 인간과 가축과 자연의 합작품인 셈이다. 그것이 동진하는 사막화의 원인이자 정체였다.
◆사막과 인간의 대립 = 사막의 동진을 막기 위한 인간들의 노력은 최근 필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얼둬스와 바오터우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왼쪽엔 동진하는 쿠부치사막의 최전선인 샹사완사막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있고, 오른쪽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심어놓은 소나무숲이 어렵게 이들의 동진을 막고 있다. 도로 주변의 모래언덕에는 유령처럼 춤추는 모래를 잡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현장이 이어진다.
멀리 황금빛 모래산은 아름다운 조형미를 갖는 듯 보이지만 가까이 가 보면 모래언덕들을 붙잡아 보려고 격자 모양의 그물을 만들어 얽어맨 고무호스들이 민망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에 풀과 나무를 심어 놓았다.
자연과 인간은 이렇게 대립하고 있었다. 샹사완, 사막의 항만에서 울려퍼지는 노랫소리…. 이곳 사람들은 바닷물길이 끝나는 곳에 항만이 있듯 이곳이 쿠부치사막의 모래파도가 끝나는 지점이길 염원하고 있었다.
쿠부치사막 = 중국의 수도 베이징 서쪽 약 800㎞ 지점부터 500㎞ 지점까지 약 300㎞에 걸쳐 동서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몽골어로 ‘활시위’라는 뜻을 가진 쿠부치사막의 면적은 1만8600㎢, 남한의 5분의 1 정도 크기다 . 모래가 60%를 차지하고 나머지 40%는 자갈이나 흙먼지로 이뤄졌다. 중국에서 7번째로 큰 사막인데, 주변의 크고 작은 사막들과 합쳐 세계에서 9번째로 크다.
쿠부치사막은 5㎞ 정도 떨어져 있는 황하강에 매년 1억t의 모래와 흙먼지를 쏟아 붓는다. 쿠부치는 약 200년 전만 해도 스텝지역이었다고 한다. 반세기 전에도 초원이 상당 부분 남아 있었지만 1960년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당시 대약진운동과 경지 개간사업 등을 통해 나무와 초지가 사라지면서 급격히 사막화했다.
바오터우, 쿠부치(중국 네이멍구 자치구)=허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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