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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일·인, 소리 없이 군사력 팽창”

한부울 2007. 9. 23. 13:53
 

중·러·일·인, 소리 없이 군사력 팽창”

[조선일보] 2007년 09월 22일(토) 오후 11:30

 


“미국이 이라크에 몰두해 있는 사이 중국·인도·일본·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소리 없이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확장하고 있다. 미국은 태평양에서 실종됐다.”

‘타타르로 가는 길’ 등 세계정세를 기술한 책으로 조지 W 부시(Bush) 미 대통령에게 깊은 감명을 준 미 국방 전문가 로버트 카플란(Kaplan)이 태평양 및 인도양 지역에서 위축되는 미국의 영향력을 냉정히 짚었다. 그는 2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이 지역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돼야 한다”며 미국의 21세기 대(對)아시아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아시아의 군사력 팽창

태평양은 더 이상 예전처럼 ‘미국의 호수’가 아니다. 이곳엔 경제적·군사적으로 역동적인 ‘아시아의 세기’가 도래했다. 중국은 현재 잠수함 보유 대수 증가 속도가 미국의 다섯 배에 이르고, 해상 이동체 타격용 탄도미사일과 GPS 위성 봉쇄기술 및 어뢰 개발에 집중한다. 언젠가 미국 항공모함이 중국 본토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해양 차단’이 목표다.

러시아는 군비 지출 규모에서 1, 2위인 미국과 중국을 뒤쫓는다. 전함 119척을 보유한 일본은 영국의 세 배 가까운 해군력을 자랑한다. 또 인도양 전역을 누비고 있는 인도는 몇 년 안에 세계 3대 해군 국가로 성장할 전망이고, 한국·싱가포르·파키스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도 유럽에서 가장 군사 지향적이라는 영국과 프랑스보다 높다.

◆ 자원 이동로도 장악

호르무즈해협과 바브엘 만데브해협, 말라카해협 등 필수적인 에너지 자원 수송로 주변의 바다는 자국 유조선을 보호하려는 중국과 인도 전함들로 넘쳐날 것이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2억달러(약 1840억원)를 지원하며 파키스탄의 가와다에 군사용 원양 항만을 짓고 있다. 벵골만에도 항만 건설을 위해 미얀마군부와 협력을 추진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유럽과의 관계 개선은 부분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들은 군대를 평화 유지 및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제복 입은 공무원’쯤으로 여긴다.

◆ 아시아에 ‘꼭 필요한 존재’ 돼야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미국은 군비 지출을 늘리는 동시에 1990년대 이후 주춤했던 다자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일본과 인도를 중국에 맞설 지렛대로 삼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일본은 2차대전의 ‘공포’ 탓에 아시아 전역에서 끊임없이 불신받는다. 미국이 표면상 비동맹을 표방하는 인도와 공식적인 동맹관계를 선언하면 중국과 관계가 불안정한 인도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핵심은 ‘섬세함(subtlety)’이 돼야 한다. 중국에 힘을 모아 맞설 게 아니라,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 따라서 미국은 이곳에서 ‘지배’하려 하기보다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남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