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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기’ 속 ‘쥬신 제국’에 불편한 심기 드러낸 중국 왜?

한부울 2007. 9. 18. 00:57
 

‘태사기’ 속 ‘쥬신 제국’에 불편한 심기 드러낸 중국 왜?

[뉴스엔] 2007년 09월 17일(월) 오후 04:11

 

  

[뉴스엔 조은영 기자]


지난해부터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 발해사를 다룬 국내 사극들이 대거 방영되고 있는 것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던 중국 측이 SBS ‘연개소문’, KBS 1TV ‘대조영’에 이어 MBC 초대형 판타지 서사극 ‘태왕사신기’(이하 태사기)를 중국 국가방송국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코자 하는 야심을 드러내왔던 중국 입장에선 내몽골과 남부시베리아까지 진출, 명실 공히 동방의 패자가 됐던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일대기를 그린 ‘태사기’가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특히 광개토대왕의 뿌리를 한민족 기원 신화인 환웅과 단군의 이야기로부터 출발시키고 일부 재야사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던 광활한 쥬신 제국의 왕으로 칭한 것은 이 드라마가 판타지 서사극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어느 정도 논란의 소지를 안게 된다.

쥬신 제국은 국내 사학계 안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학설이 아니다. 일부 재야 사학자들이 주장하던 쥬신은 이두식 표기로는 조선, 숙신, 주리진, 주신으로 통하며 숙신, 누, 물길, 말갈, 여진, 만주 등의 민족이름을 모두 쥬신족과 동일한 배달민족으로 봤다. 따라서 조선의 원래 우리 발음은 '쥬신'이며 그 뜻은 우리 배달민족이 사는 온 누리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동양의 역사를 처음부터 쥬신족(조선족=동이족)과 중화족(중화족=화산족, 화족, 화하족)간의 패권다툼으로 보았으며 쥬신제국사를 환웅시대, 단군신대 ,개아지(奇子:태양신 아들-신쥬신 속국) 주신시대로 나누기도 했다.

때문에 ‘태사기’가 판타지 서사극을 표방했지만 일부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이나 과거 몇몇 만화에서 등장했던 쥬신제국을 광개토대왕과 결합시킨 것은 필연적으로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의 탄생과 성장에 신성성을 부여한 여타 작품들 중에서도 꽤 파격적인 행보로 비춰진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논란을 예상하고 출발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고구려연구회 회장 단국대 서영수 교수는 “쥬신은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나라가 아니다. 중국 쪽 역사 기록을 보면 고구려, 조선처럼 국가 형태를 갖춘 나라는 국호로 기록되지만 그렇지 못한 민족 집단은 ~족 같은 호칭으로 불리는데 쥬신은 중국 역사에서 북방 만주족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전했다.

서 교수는 “일부 재야사학자들이 주장하던 쥬신 제국은 숙신, 누, 물길, 말갈, 여진, 만주족까지 모두 한 민족으로 포괄하는 시각인데 고구려마저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려 하는 중국 측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의미로 쥬신 제국을 거론한 것은 상당한 불편함으로 느낄 수도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많은 한국드라마가 중국역사를 왜곡 전달중이라는 중국 언론의 민감한 반응에 동요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사기’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우리의 정신세계와 지주적 역할이 현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지만 국내 뿐 아니라 외수 시장을 염두에 둔 이 드라마가 수출, 방영되는 내내 중국측과의 갈등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조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