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 부품 32만개 오차없이 조립
[조선일보] 2007년 09월 15일(토) 오전 00:07
지난 10일 오전 9시50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 하얀색 몸체에 양 날개 끝이 빨간색인 T-50 초음속 훈련기 1대가 격납고 인근에 위치한 공군 3훈련비행단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었다. 잠시 후 엄청난 굉음을 내며 이륙했다. 싱가포르 공군의 시험 비행이 진행된 것. 1시간쯤 후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싱가포르는 T-50 초음속 훈련기를 고등훈련기 도입 대상 기종 중 하나로 검토 중이다. 빠르면 2~3년 내 결정된다. 이날 싱가포르측은 T-50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도 올해 안으로 이 비행기의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997년 개발에 들어가 2005년 양산을 시작한 T-50은 최신예 전투기 훈련용으로 적합한 데다 공격기로도 활용이 가능해 아랍에미리트가 관심을 갖고 있다. T-50의 가격은 대당 250억~300억원 정도. 아랍에미리트는 단계적으로 60대를 구매할 계획이기 때문에 군수 지원을 포함, 2조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창열 군수사업관리팀장은 “영국·이탈리아 등 경쟁국 기종보다 성능 면에서 앞서기 때문에 자신 있다”며 “T-50의 경우 2030년까지 3300여대로 예상되는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에서 25~35%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T-50 수출이 성사되면 우리는 초음속 항공기를 수출하는 6번째 나라가 된다. 최근 터키로부터 5억 달러를 받고 경(輕)공격기 겸 초등 훈련기 XKT-1 55대를 수출하기로 한 데 이어 한국 항공산업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미국 군사전문 주간지 ‘디펜스 뉴스’는 KAI(79위)가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T-50 조립 라인에 들어섰다. 가운데 라인에는 몸통만 있는 형태부터 날개와 바퀴까지 다 조립된 것까지 각기 다른 단계의 항공기 4대가 일렬종대로 서 있고, 전문 인력이 비행기를 만들어갔다. 주요 공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부품 형태가 다양해 기계로 조립하는 게 힘들다고 한다. T-50 비행기 1대에는 32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선을 한 줄로 펼쳐놓으면 15㎞가 넘는다. 복잡한 공정이지만 10년 이상 경력 베테랑의 손끝에서는 한치의 오차도 생기지 않는다.
조립 공장 한쪽에서는 잠수함을 잡는 P-3 해상초계기 개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조정일 차장은 “미국에서 들여온 구형 P-3 동체를 손보고 최신 장비를 달아 20년은 더 쓸 수 있게 ‘리모델링’하는 작업”이라며 “내년 7월 1호기가 출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중 가장 최신예기인 F-15K의 주 날개와 전방(前方)동체도 제작 중이었다.
KAI는 1999년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이 합쳐져 탄생했다. 기업 간 과열 경쟁에 따른 중복 투자를 피하고 개발 능력을 올리자는 취지였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작 회사다. 훈련기 등 방산 비중이 70%고 나머지는 보잉 B787 부품 제작 등 민항기 부문이다. KAI는 올해 1조원 매출을 내다보고 있고, 2010년 2조5000억원 매출로 세계 10위권 항공회사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국형 헬기(KHP), 무인항공기, 한국형 전투기 등 KAI가 추진하는 사업은 다양하다.
배찬휴 민수사업관리팀장은 “현재는 방산산업 위주지만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가 준비 중인 A-350 항공기 주요 동체 제작, 통신위성 사업 등 민간 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섭 개발본부장은 “우리는 항공산업의 기반인 기계·전자 등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 KAI 조립 라인에서 전문 인력들이 T-50을 조립하고 있다. /김승범 기자
[김승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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