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변절

"아시아에서 취업하려면 이젠 영어보다 한국어"

한부울 2007. 8. 12. 20:18
 

"아시아에서 취업하려면 이젠 영어보다 한국어"

[매일경제] 2007년 08월 10일(금) 오후 03:25


그동안 동남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류 바람이 약했던 서남아에서도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

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명란 씨는 "다카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를 열었는데,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영화와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한씨는 또 "한국 취업에 의무사항인 한국어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오는 학생들도 있고, 순수하게 한국에 호기심을 갖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해군 엘리트 3명은 한국어를 배운 덕에 올 여름 진해 해군기지에서 특수훈련을 받았다. 방글라데시 해군은 한국과 군사교류 차원에서 장교를 선발해 한국에서 특수훈련을 받게 하는데 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 한국어과정을 밟아야 한다. 석 달 동안 이들을 가르친 한씨는 "군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의가 뜨거워 놀랐다"고 말했다.

아시아 각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늘면서 한국어학과를 개설하는 대학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몽골에서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어 열풍이 불어 한국어학과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몽골 국립대학을 비롯해 15개 대학이 한국어학과를 운영 중이고, 울란바토르대학은 부설 초등학교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어는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보다 전공자가 적었지만 요즘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오는 학생도 늘어났다.

한국어 열풍은 중국대륙에서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2004년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4년제 대학은 30여 곳이었지만 올해는 그 수가 70곳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전문대학과 사설학원에서는 '속성 지도'를 내세우는 한국어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정한 고등학교도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와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대만에서도 한국어는 사랑을 받고 있다. 2005년 9월 징메이 여고가 대만에서 처음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한 뒤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정치대부중, 밍륀고 등이 잇따라 한국어반을 개설했다. 정즈대, 푸런대, 중산대 등 대학들도 앞다퉈 교양과목으로 한국어 강의를 개설했다. 이 밖에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각각 10여 개 명문대학들이 한국어학과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의 한국어 열풍이 한류 드라마에 힘입었다면 앞으로는 교역에 의한 한국어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교역규모가 600억달러에 달하는 한-아세안은 지난 6월부터 FTA 상품협정을 발효했다.

곽추문 대만국립정치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는 "한국드라마 등 한국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한류 팬'과, 직장 업무상 또는 취직을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한국어 학습 열풍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설치된 한국어 교육기관에도 아시아 학생들로 붐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올해 정규과정(10주)을 들은 학생의 80% 이상이 아시아 지역 출신이다. 최문규 한국어학당 원장은 "중국 유학생들은 영어권 국가 다음으로 한국을 선호한다"며 "중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지 학생들이 본국에 돌아가 안정된 직장을 얻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박만원(팀장) 기자 / 조시영 기자 / 방정환 기자 / 이소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