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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인 후보 실습 가가린 센터 가보니

한부울 2007. 7. 27. 22:26
 

한국 우주인 후보 실습 가가린 센터 가보니

[중앙일보] 2007년 07월 21일(토) 오전 04:13

 

[권근영] 지난해 말 1만8000대 1의 경쟁을 뚫고 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로 선발된 고산(30).이소연(28)씨.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유리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 입소해 훈련을 시작한 이들은 요즘 어떻게 지낼까. 현재 러시아 43명, 미국 10명 등 60여 명의 우주인 후보가 함께 훈련을 받고 있는 이 훈련센터는 1960년대 냉전의 산물에서 이제 국경 없는 '코스모폴리스'로 탈바꿈했다. 특히 단 한 명만 뽑는 최종 선발(8월말)을 한 달여 앞두고 더욱 긴장감이 높아진 수업 현장을 지난해 우주인 후보자에 지원했던 본지 문화부문 권근영(30.여) 기자가 국내 신문사 중 처음으로 찾았다.

am 6:00

러시아의 여름은 일찍 시작된다. 오후 10시쯤 해가 지고, 오전 5시쯤 뜨는데 새벽부터 밝기가 대낮 같다. 그 유명한 백야(白夜)다. 안대를 착용한 채 잠자리에 들었던 이소연씨가 기지개를 켰다. 소연씨와 고산씨가 머무는 곳은 우주인훈련센터 기숙사. 청소해 주는 사람은 있지만 취사와 세탁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자취생이다.

"6시간은 자요. 우주인 전용식당에서 러시아 음식으로 세 끼 식사가 나오지만 저는 아침과 저녁은 직접 해 먹어요. 고산씨는 아마 밥 먹으러 자전거 타고 식당에 갔을 거예요." 하루 6~8시간 수업에 2~3주마다 있는 테스트. 고3 수험생 못지않은 강행군이다.

am 10:00

"밸브를 열고 펌프를 작동시키면 85도의 더운물이 나온다."
유리 바라바(45) 교관의 러시아어 설명에 영어 통역이 이어진다.

"밸브는 이것?"
이소연씨가 러시아어로 물었다. 실물을 놓고 하는 수업이라 이론 수업보다 의사소통이 쉽다.

"맞다. 오른쪽 거다."(유리 교관)
고산씨가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를 꺼내 워터 스테이션을 찍어둔다.

이날 실습은 '우주식 먹기'. 이미 전날 두 시간에 걸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물이 어떻게 유지. 관리되는지 이론 수업을 들었다. 실습수업은 정거장 내 워터 스테이션을 설치한 강의실에서 이뤄졌다. 봉지에 냉동건조 상태로 들어있는 수프, 티백, 밀봉된 빵과 크래커, 치즈와 고기 통조림도 준비됐다.

am 11:00

오후 4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네 시간 동안 러시아어를 배운다. 대개 우주인. 우주실험 관련 글을 교재로 쓴다. 28년째 가가린 센터를 드나들며 우주인을 가르쳐 온 러시아 민족우호대학 이고르 베르쿨로프(75) 교수가 새 단어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허리춤에서 PDA를 꺼내 노어-영어 사전을 보여준다. 8월까지는 러시아어 수업이 훈련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후에는 중력가속도 적응, 고(高)고도 적응 등으로 훈련 강도가 높아진다.

실제 국제우주정거장 모듈에 들어갔다. 오전에 실습한 워터 스테이션이 전체 모듈 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반복 학습했다. 두 사람은 메모와 촬영을 반복하며 하나하나 몸과 머리로 숙지하려는 표정이 역력하다.

"복잡해 보이지만 우주정거장의 기계들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안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에요. "(이소연)

저녁식사 후 이날 배운 내용을 다시 복습해야 한다며 작별 인사를 하고 각자 기숙사로 향했다. 이들은 21일부터 일주일간 흑해에서 비상착륙 시 필요한 생존훈련을 받은 뒤 다음달 귀국, 2주간 임무개발평가를 받은 뒤 8월 말 단 한 명이 선발된다. 메인 우주비행사가 되면 내년 4월 두 러시아 우주인과 함께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나가 10일간 머물며 18가지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의 공식 명칭은 'Expedition 17 (17번째 원정)'이다. 떨어진 사람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똑같은 훈련을 받고 우주 로켓기지가 있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까지 따라가야 한다.


즈뵤즈드늬 가라독(러시아)=권근영 기자

◆ 유리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40km 떨어진 '즈뵤즈드늬 가라독(별의 도시)' 내에 있다. 지도에도 안 나오던 극비 군 시설로 1960년 조성됐다. 이곳 첫 졸업생이 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1934~68)이다. 지난해까지 미국. 유럽 여러 나라 등 전 세계 31개국의 우주인 422명이 이곳을 거쳐 갔으며, 이 중 우주비행을 한 사람은 212명이다.

고산·이소연씨 "우주에 나가면 열흘 내내 깨어있고 싶어"

우주인 되길 잘했다 싶을 때는.
(이)"10월에 우주정거장에 가기 위해 훈련 중인 미국의 10년차 여성 우주인과 친분을 쌓았는데 이런 롤 모델을 만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이다."

우주에 나가면 하고 싶은 것은.
(고)"지구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10일 내내 깨어있었으면 좋겠다. 그때 느낀 모든 것을 돌아와서 설명해주고 싶다."


둘 중 한 사람만 우주에 나가게 돼서 어떻게 하나(둘은 이 질문에 곤란한 듯 고개를 숙였다).
(이)"메인이든 백업이든 멋진 우주인이 되고 싶다. 운동경기 보기를 즐기는데 이겨도 멋없는 선수가 있고, 졌는데도 팬들의 가슴 깊이 남는 선수가 있다. 자만해서도, 패배감에 빠져도 안 된다는 초심을 늘 생각하고 있다."

(고)"배우 송강호씨 인터뷰 중 '영화에 있는 건 주연과 조연이 아니라 주역이다. 조연이더라도 최선을 다해 주연을 빛내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주연을 맡으면 좋겠지만 조연이 되더라도 내 역할 찾아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