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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 수용

한부울 2007. 5. 24. 19:58
 

제주, 해군기지 건설 수용

[중앙일보] 2007년 05월 15일(화) 오전 04:37

  

[중앙일보 양성철] 제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4일 5년여 동안 도민끼리 첨예한 논란을 벌여 온 국방부의 제주 해군기지건설계획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이같이 밝혔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유치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54.3%, 반대 38.2%로 찬성이 반대보다 많아 해군기지 건설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지로 거론된 3개 읍. 면. 동 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이 찬성 56%로 다른 지역보다 찬성률이 13.8~19.9%포인트 앞서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해군은 이에 따라 2014년까지 8000억원을 들여 강정마을 부지 12만 평에 함정 20여 척이 계류할 수 있는 군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번 해군기지 후보지 결정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런 여론조사 방식은 앞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새로운 모델로 제시될 전망이다.

◆ 여론조사로 국책사업 첫 추진=제주도와 국방부는 제주도민의 의견을 묻는 절차인 주민투표를 부치지 않았다. 현행법으로는 주민투표를 부치지 않아도 된다.

국방부는 해군기지 건설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주민투표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만약 국방부가 군 기지 조성과 관련해 주민투표를 부치면 다른 지역에서 군기지를 세울 때마다 주민투표를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제주도 역시 주민투표는 부담이었다. 2 년 전 시. 군 폐지를 골자로 하는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놓고 주민투표를 하면서 갈등이 커져 "예산 낭비와 불필요한 지역갈등을 확대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여론이 컸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여론조사를 선택했다. 전체 제주도민과 3개 대상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을 묻고, 그 결과에 따라 도의 입장을 결정한 것이다.

◆ 전략적 가치=전략기지가 2014년까지 건설되면 제주 남쪽 바다인 동중국해는 한국의 영향권에 들어온다. 동중국해는 한국. 일본과 중국 북부 지역의 교역 물자가 대부분 통과하고 석유. 광물 등 해저 매장 자원이 많아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지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한국 해군은 이 해역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를 느껴 왔다. 남해 해상 방어를 맡고 있는 해군 3함대는 모(母)기지를 부산에 둬 제주도 남방 해역까지 출동하는 데만 12시간 이상 걸린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뒤 7000t급 최신예 구축함 이지스함(KDX-Ⅲ)과 장보고-Ⅱ급 중형 잠수함(1800t) 등 20여 척으로 구성된 전략 기동 함대가 배치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 일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서 작전을 벌일 수 있다.

◆ 남은 과제도 만만찮아=제주도의 결정이 내려지던 오후 3시 경찰은 제주도청 현관 앞을 철통같이 지켰다. 시민단체 회원들의 도청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도청 진입에 실패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부터 도청 현관 앞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그만큼 일부 주민의 반발이 큰 것이다. 고유기 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해군기지 유치 철회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앙 정부의 지원액을 놓고 제주도가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제주=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