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삼한역사

고구려인이 세운 잊혀진 ‘왕국’

한부울 2007. 3. 23. 23:10
 

고구려인이 세운 잊혀진 ‘왕국’

[조선일보] 2007년 03월 23일(금) 오후 09:27


 

이정기(李正己)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에는 동양 중세사학자(연세대 교수)인 저자의 역할이 컸다. 그의 연구 결과는 이렇다. “고구려 멸망 이후 중국으로 끌려간 고구려인의 후예인 이정기와 그의 후손들은 4대 55년(765~819) 동안 산동 지방에 제(齊)나라를 세워 15개 주를 다스렸다. 신라보다 넓은 영토를 차지하며 막강한 경제력으로 당나라와 맞섰고, 한때 낙양을 공략하며 천하 패권을 넘보기도 했다.” 이 책은 그 ‘잊혀진 왕국’의 통사(通史)인 셈이다.

저자는 “당나라가 ‘흉악한 고구려 무리’라고 불렀던 데서 역으로 이들의 고구려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이정기 가문은 학계에서 당나라 후기 지방에서 발호, 중앙의 권위를 약화시켰던 독립 절도사인 번진(藩鎭) 세력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저자는 “제나라는 당나라에 대해서 세금을 내지 않았고 관료 임명도 거부했으며 장기간 군사적으로 맞선 자주적인 독립국이었다”고 말한다.

그 주장이 성립하려면 한국사뿐 아니라 중국사의 체계 전체가 달라지는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당나라 후기가 지금까지의 해석처럼 ‘약해진 통일제국의 시대’가 아니라 ‘독립국들로 분열된 시대’로 바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제나라 독립국설(說)’이 정설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유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