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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우리를 먹여 살리게 됐다”

한부울 2007. 1. 1. 16:34
 

“우주가 우리를 먹여 살리게 됐다”

[경향신문] 2006년 12월 28일(목) 오후 06:37


‘우주 부동산’ ‘우주 자연산 횟집’ ‘우주 장례식장’ ‘우주 휴게소’…. 28일 국내 첫 우주센터 공사가 한창인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로 가는 길은 온통 ‘우주’로 채워져 있었다. 주민들은 “‘우주’가 우리를 먹여 살리게 됐다”고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발사체의 순행 여부를 가늠하는 추적 레이더동 옥상에서 이스라엘 기술진이 레이더를 살펴보고 있다.


발사체의 순행 여부를 가늠하는 추적 레이더동 옥상에서 이스라엘 기술진이 레이더를 살펴보고 있다.

 

외나로도 들머리 봉래초등학교 학생들도 너나없이 우주과학자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로봇경연대회에서 수차례 상을 받은 고국인군(6학년)은 “항공학 박사를 딴 후 우주센터로 돌아와 우리 마을에서 부모님 모시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반 명지은양도 “우리나라 첫 여성 우주인이 되고 싶었는데 이소연 언니가 내 꿈을 가져가버렸다”고 아쉬움을 토해냈다.


아이들은 인공위성 발사 카운트다운을 흉내 내며 ‘파이브, 포, 스리, 투, 원, 제로, 발~사’를 외쳤다.


고흥읍에서 승용차로 40여분 동안 연륙교 2개를 건넌 후 비탈고개를 넘고 넘어 도착한 작은 포구 하반마을. 이곳에 ‘우주강국 한국’의 염원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나로우주센터’가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2650억원을 들여 150만평 부지에 공사를 시작한 지 3년4개월째. 현재 공정 92%로 내년 상반기까지 주요 시설 10개 건물의 내부공사를 끝내고, 시험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주센터가 들어선 이 마을 뒤편 마치산(380m) 자락은 세계 항공업계가 최고 수준의 위성 발사 장소로 꼽는 곳. 위성이 하늘로 날아갈 때 낙하물 피해를 입을 만한 유인도가 하나도 없어 한 눈에 봐도 최적지다.


산 중턱에 둥지를 튼 발사통제동(지하 1층, 지상 3층)은 위성 발사때 ‘카운트 다운’을 하는 가장 핵심시설이다. 이미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 7명이 상주하며 각종 첨단 장비를 설치하느라 여념이 없다.


50m 아래 능선에 들어선 ‘추적 레이더동’에서는 이스라엘 기술진 10여명이 각종 부품을 끼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주인처럼 실제 무중력 상태에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우주교육홍보관도 잔뜩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2008년 중에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KSLV1)에 ‘과학기술 위성 2호’를 얹어 쏘게 된다. 애초엔 ‘2007년 10월’로 예정됐으나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 늦어짐에 따라 한 해를 넘기게 됐다.


공사 현장을 총지휘하고 있는 김민현 박사는 “1992년 ‘우리별’부터 지난 8월 ‘무궁화 5호’까지 모두 11번 위성을 쏠 때마다 외국에 수백억원씩을 지불해야 했다”면서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시설로 갖가지 우주 이벤트를 보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배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