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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만난 사람들

한부울 2011. 5. 21. 22:41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만난 사람들

[공감코리아]2011.03.28 16:10


천안함 피격 사건 1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천안함 46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대전광역시 유성구 갑동에 있는 국립 대전현충원을 찾아갔다.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46용사들이 묻힌 묘역에는 인적이 뜸했지만, 이미 많은 참배객들이 다녀간 듯 국화꽃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국립 대전현충원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국화꽃이 수북이 쌓여있다.


묘비마다 살아생전 가족과 함께 찍었던 사진과 갖가지 색의 꽃들이 젊고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들의 안타까운 영혼을 달래기라도 하듯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묘비 하나하나에 새겨진 이름을 기억하며 그들의 순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 즈음 유가족으로 보이는 한 일행이 한 묘비 앞에서 잠시 말없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故) 신선준 상사의 묘비였다. 이제 막 걸음마에 익숙해 진 듯한 여자 아이가 묘비 이곳저곳을 살피며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고(故) 신선준 상사의 누나 신선영 씨의 가족이 26일 열릴 추모식에 앞서 동생의 묘역을 찾았다.


"지연아, 삼촌한테 인사해야지."


아이의 엄마는 흐느끼고 있었다. 참배를 끝내고 나오는 그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고인과 어떻게 되는 관계이냐"고 물었다. 누나 신선영씨, 그리고 남편과 딸이라고 했다. 누나 선영 씨는 천안함 피격 사건이 터졌을 때 임신 중이었다. 그는 사고 소식도 뉴스를 통해 접했고 혹시나 해서 여기저기 전화로 확인했을 때도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랐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동생이 아직 물 속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장에 갈 수 없었다.


그러고는 사건이 있은 뒤 10일 만인 4월 4일 지연이를 낳았다. 출산 직후라 겨우 영결식에만 참석할 수 있었다. 선영 씨는 그렇게 동생을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는지, "결혼하고 나서 잘 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며 또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가족들은 신선준 상사의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 탓에, 최근에 와서야 그의 유품을 정리했다고 한다. 선영 씨는 "아버지가 유품을 그냥 간직하려는 것을 '그러면 안 된다'고 설득해 정리했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동생을 편하게 쉬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선영 씨는 "삼촌아, 지연이 돌이 4월 4일이다. 하늘에서나마 축하해줘"라고 말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고 문영욱 중사의 임관동기라고 밝힌 조○○ 하사가 거수경례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해군 조○○ 하사가 고 문영욱 중사의 묘비 앞에서 거수경례를 붙이며 한 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그는 문영욱 중사와 임관 동기라고 밝혔다. 해군교육사 정보통신학교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교육을 받은 동기 11명 중 그와 문영욱 중사는 형, 아우 하는 사이였다고 전했다.


"문 중사가 저보다 6살 정도 어렸어요. 교육 받으면서 서로 격의 없이 지내다 보니 진짜 친형제처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죠."


교육이 끝난 뒤 조 하사는 진해 해군 1함대로, 문영욱 중사는 평택 해군 2함대로 배치 받으면서 헤어졌다.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는 출동 중이어서 사고 소식을 바로 접하지 못하고 있다가 입항 후에야 문 중사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조 하사는 "문 중사에게 부모 형제가 없다"며 더 가슴 아파했다. 문영욱 중사는 전역 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싶다고 그에게 말했다고 한다. 꿈이 많았는데, 그 꿈을 채 펴보지도 못하고 떠난 문영욱 중사에게 조 하사는 임관 동기이자 유일한 가족인 셈이다.


그는 "천안함 피격 사건 1년 후에도 이렇게 천안함 46용사를 기억해 주는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 앞으로 계속 잊혀지지 않고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거수경례로 문 중사와의 해후를 마쳤다.


정책기자단 주영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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