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질병기아

원전 사고 예언한 日 지식인 '단 한 번에 일본 궤멸'

한부울 2011. 3. 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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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 예언한 日 지식인 '단 한 번에 일본 궤멸'

[프레시안] 2011년 03월 16일(수) 오전 08:00


작년 10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예측…"다음 단계는 폭발 혹은?"

멈추고, 식히고, 가둬라!


지금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로 유명한 일본이기에 지진과 지진 해일(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 납득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현지의 한 지식인은 이미 6개월 전에 이번 사고를 정확히 경고했다. 지난 2010년 10월 일본에서 나온 책(<徹底検証 21世紀の全技術>(藤原書店 펴냄))에 실린 글에서 이케다 사토시 씨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위험을 거론했다.


이케다 씨의 주장은 현재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진행 중인 크고 작은 사고를 그대로 말하고 있어서 섬뜩할 정도다. 그는 먼저 이 글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제어(멈추고), 냉각(식히고), 봉쇄(가둬라) 등 세 가지 원칙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언 1 : 지진·정전으로 냉각 장치 파괴


특히 이케다 씨는 냉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사 제어봉을 삽입해 가동이 멎은 원자로라 하더라도 열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장시간(2주일 이상) 냉각하지 않으면 핵연료로 가득찬 노심이 녹아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사고로 원자로를 냉각시키던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물을 주입할 수 있도록 이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케다 씨는 이런 안전장치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의 경우에는 같은 기능을 가진 안전장치를 복수로 준비해서 사고 확대를 방지하지만, 지진에 의해서 장치가 고장이 나거나 발전소 전체가 정전되는 사고가 날 경우에는 (준비해둔) 안전장치 모두가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1일 대지진 이후 발생한 지진 해일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덮쳐 정전이 일어나면서, 이 발전소는 이중으로 마련해 놓은 냉각 장치가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케다 씨는 6개월 전에 이런 '지진→정전→고장'으로 이어진 이번 사고를 정확히 예견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언 2 : 폭발 사고가 뒤따른다


이케다 씨는 "(일단 냉각 장치가 고장 나서) 원자로의 노심이 녹기 시작하면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대로 노심이 녹는 것을 방치하면 '노심 용해(melt down)'가 일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처럼) 대량의 방사성 독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유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열된 노심이 원자력 발전소의 밑바닥을 뚫고 토양,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최악의 상황을 야기한다.


이런 위험을 막고자 원자로에 긴급히 물을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낳는다. 달궈진 원자로에 넣은 물은 급속히 수증기로 변하고, 결국은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폭발은 자칫하면 방사성 물질을 내부에 가둬두던 격납 용기 또는 건물을 파괴해 한꺼번에 방사성 독성 물질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케다 씨는 "이 때문에 일단 원자로가 열을 받아서 노심이 용융되기 시작하면 발전소 측은 물을 넣어서 식혀야 할지, 폭발 위험을 의식해 물을 넣지 말고 대처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잇따른 폭발 사고를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핵연료나 보관 중이던 사용후 핵연료를 감싸는 피복 재료에 쓰인 지르코늄(Zr)이 높은 온도에서 (긴급 투입한 물이 증발해서 생긴) 수증기와 반응해 수소를 발생시켰다. 잘 알다시피 이 수소 폭발로 원자로 건물은 물론이고(1호기, 3호기, 4호기) 격납 용기까지 일부 파괴됐다(2호기).


예언 3 :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든지, 폭발하든지…


이케다 씨는 이후에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남아 있는 50명의 노동자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할지도 전망했다.


노심 용해가 본격적으로 일어나면 핵연료를 감싸던 격납 용기 안은 고온, 고압의 상태가 된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원자폭탄처럼 폭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는 격납 용기 배출구를 열어서 압력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대량의 방사성 독성 물질의 외부 유출이 불가피하다.


이케다 씨는 "언제 격납 용기의 배출구를 열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며 "폭발이 두려워 격납 용기의 배출구를 일찍 열면 주위에 방사성 독성 물질을 살포하게 되고, 늦게 열면 격납 용기 자체가 폭발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르노빌 발전소와 달리 일본의 발전소에는 격납 용기가 있다고 안심하지만, 심각한 사고는 그마저 파괴한다"고 덧붙였다.


예언 4 : "단 한 번의 사고로 일본은 괴멸한다"


그렇다면,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최종 단계는 무엇인가?

이케다 씨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독성 물질은 기상 조건에 따라서 수백, 수천 킬로미터까지 확산한다"며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지역은 몇 세대에 걸쳐서 거주 불가능한 지역이 될뿐만 아니라, 토양·지하수·하천을 오염시켜서 농산물, 어패류, 육류, 우유 등 거의 모든 먹을거리를 섭취할 수 없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가 좁은 일본에서는 단 한 번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2세대, 3세대에 이르기까지 '여기서는 방사능이 괜찮을까' 혹은 '이 식품은 먹어도 괜찮을까' 등 불안해하면서 방사능의 공포와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단 한 번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도 일본은 괴멸한다"며 음울한 결론을 내렸다.


후쿠시마에서 괴물이 풀려났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그대로 예언한 듯한 이케다 씨의 글이 말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케다 씨가 경고하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 위험은 지난 수십 년간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성찰적인 수많은 원자력 전문가가 한목소리로 되뇄던 것이다. 즉,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국내의 원자력 산업계, 학계의 전문가와 그들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만 모르는 상식인 것이다. 다시 이케다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케다 씨는 "원자력 발전소는 흔히 수십만 년 혹은 수백만 년에 한 번씩 사고가 일어날 수 있도록 설계된다고들 하지만, 상업 발전을 시작한 지 겨우 50년도 안 돼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체르노빌 사고 등 두 번의 심각한 사고가 있었다"며 "이것만 보더라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따위의 말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어떤 장점이 있더라도 원자력 발전소는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여러 가지 결함을 내포한 기계일 뿐"이라며 "지금은 원자력 발전소의 파괴 에너지를 온갖 제어 시스템으로 누르고 있지만, 그것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그 파괴 에너지는 궤멸적인 대규모 사고를 낳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에서 벗어난 괴물이 드디어 세상을 향해서 복수를 하려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괴물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강양구 기자 PRESS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