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동포

사할린 우리말방송을 살려주세요

한부울 2009. 6. 30. 18:13
 

사할린 우리말방송을 살려주세요

[연합뉴스] 2009년 06월 30일(화) 오후 02:42


김춘자 국장 호소..재정부족으로 종방 위기


"53년 역사를 이어온 사할린 우리말 라디오방송(중파 531Khz)을 살려주십시오."이 방송국 김춘자 국장은 30일 방한해 "올해 안에 재정을 마련하지 못하면 종방할 수밖에 없다"며 "라디오를 살리는 데 필요한 예산은 1년에 5만 달러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우리말 라디오방송은 강제징용된 한인 1세대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달래준 친구였고, 후손에게는 말과 혼을 이어준 매체였다"며 " 반세기 동안 러시아 정부가 우리말 방송을 지원해왔는데, 이제는 한국 정부가 도와줄 때도 됐다"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매일 30분씩 주 6회 한인들과 동고동락하던 이 방송은 최근 5년 동안 재정부족으로 토요일 하루만 50분 방송됐고, 올해 1월에는 아예 전파가 끊어졌다. 우리말TV방송도 문을 닫을 위기였지만 현대홈쇼핑과 사할린주 한인 두마 의원을 비롯해 기업인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해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다.


2004년 개국한 TV는 1주일에 4시간 방송을 하며 현지에 한류를 바람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지난해 갑작스런 물가상승으로 예산이 떨어져 방송 분량이 1시간 40분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초부터는 월요일과 금요일에 각각 20분씩 총 40분만 내보내고 있다.


김 국장은 "지금까지 방송위원회와 한국언론재단, 재외동포재단, KBS 등이 콘텐츠와 기자재를 지원해줬다"며 "이제는 장비나 콘텐츠보다는 제작비나 운영비를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이 제로인 상태에서 방송국을 운영한다는 것은 정말 피눈물나는 일"이라며 "매번 어려울 때마다 고국을 찾아 하소연하는 일도 이제는 지쳐서 그만 두고 싶지만 자라나는 후손을 보면 또 용기를 낸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 국장과 함께 고국을 찾은 이수진 사할린한인이산가족협회 회장은 "우리말 방송국을 살리려면 `사할린동포 지원 특별법'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이번 방한 기간에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만나 조속한 통과를 간곡하게 부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사할린 동포 5천9명의 서명을 받아 박 위원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17대 때 한명숙 의원이 이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심사되지 못하고 폐기됐고, 18대들어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몇 가지를 추가해 재발의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