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風, 다시 불다 盧추모콘서트 2만관객 추모열기 ‘후끈’-신해철 ‘눈물’
2009년 06월 21일(일) 오후 11:29
7년 전 2002년 5월을 노랗게 물들였던 ‘노란 바람, 노무현 바람’이 2009년 6월, 다시 불어왔다. 지난 5월 23일 서거한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가 2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학교 대운동장에서 개최됐다. 당초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날 공연은 학교 측의 불허 방침에 따라 부득이 장소를 성공회대로 이동, 예정대로 강행됐다.
당초 6시 30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공연은 예상보다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입장이 다소 지연돼 한 시간 가량 지연된 오후 7시 30분께 시작됐다. 성별과 연령대를 초월한 수 만 명의 시민들은 가족, 친구 단위로 객석을 채워 노란색 장관을 연출했다.
성공회대 대운동장의 총 수용 인원은 약 5천여 명. 공연 수 시간 전부터 현장에 나와 줄을 선 2만여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시민들은 질서 정연하게 운동장 주위로 모여들어 차분하고 숙연한, 때론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덕수궁 대한문에 걸려있던 노 전 대통령이 환히 웃는 모습을 그린 걸개 그림이 노란 풍선들과 함께 무대 반대편에 자리한 가운데 사회자로 나선 배우 권해효는 “7년 전 5월 연대 노천극장에서 불어온 바보 노무현 바람을 다시 한 번 불어일으켜 보자”며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첫 번째 출연자로 나선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는 ‘타는 목마름으로’ ‘광야에서’ 등을 열창해 객석을 가득 메운 노란 물결이 넘실대게 했다. 노찾사는 노 전 대통령 49재 전날인 오는 7월 9일 ‘내 마음의 상록수 추모콘서트’를 개최,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 분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올라 객석을 뜨겁게 달군 락밴드 피아는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위기인 것 같다.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지키려 한 분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으며, ‘다시 광화문에서’를 열창한 노래패 우리나라는 “2009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타살됐다. 이제 행동할 때다”라고 발언해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우리나라의 발언에 대해 권해효는 “광화문에 다시 나가는 건 싫다. 그저 투표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노란색 끈을 팔에 두르고 무대에 오른 유 전 장관은 “아직 고인의 삶과 죽음을 평가할 때가 아니다. 다만 그의 기억을 정리할 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칙하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작은 허물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그 자신이 좋아했던 노 전 대통령을 추억했다.
안치환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자유’ ‘한다’ 등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열창, 관객들을 압도했다. 안치환은 “세상을 새라고 생각한다면 좌우의 날개가 필요한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감을 가진, 인간성을 지닌 우측의 날개가 되길 요구한다”고 말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열정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는 중간, 객석 곳곳에선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는 시민들의 외침이 들려왔고, 이어 모처럼만에 넥스트(NEXT) 신해철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사실상 칩거, 오랫동안 두문불출했던 신해철은 검은 정장에 삭발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첫곡을 부르던 중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흘린 신해철은 이어 ‘히어로’(HERO)를 열창, 오랫동안 지지해 왔던 노 전 대통령에게 바쳐 객석을 숙연하게 했다.
신해철은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인 죄인이기 때문에 조문도 문상도 갈 수 없었다”고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자숙하며 칩거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신해철은 “우리가 물에 빠진 그 분을 건져내지 못했다는 걸 잊어선 안 될 것이다...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세우게 됐지만 그런 걸 위해 죽기엔 너무 아까운 목숨이었다”고 애통해하며 마지막곡 ‘그대에게’를 부르며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이어 뜨거운감자(김C), 전인권, 강산에, 윈디시티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개성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으며 마지막 주자로 노 전 대통령 노제에서 추모 공연을 펼쳤던 YB(윤도현밴드)가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윤도현이 직접 건반을 치며 ‘너를 보내고’를 열창, 공연을 시작한 YB는 “사람 사는 세상을 다시 만들어 내겠다는 희망을 함께 담아 부르자”며 ‘깃발’을 불러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윤도현은 ‘나는 나비’를 앙코르곡으로 열창해 마지막까지 뜨거운 무대를 연출했다.
권해효의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는 마지막 멘트로 장장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공연은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각까지 자리를 뜨지 못한 수만 관객들로 객석은 여전히 노랑 일색이었다.
한편 이날 ‘다시, 바람이 분다’라는 공연 타이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인 지난 2002년 5월, 문화예술계를 주축으로 열렸던 공연 ‘바람이 분다’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남다르다. 당시 떠오르는 정치인 노무현에게서 희망을 발견한 2만여 관객들은 이 공연을 통해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바 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게시판에 한 블로거는 “그날의 공연 ‘바람이 분다’는 분명하게 말하자면 ‘민주주의의 바람이 분다’였고 ‘정치개혁의 바람이 분다’였다...2만여 명의 관객과 함께 했던 이 공연은 그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노무현’이라는 인물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했다”고 밝히며 7년 만에 개최되는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의 의미를 되새겼다.
즉 이날 공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본격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한 정치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과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다짐이 담긴 자리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엔 글 박세연 기자/사진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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