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함부로 밥 사려고 하지마라, 노무현을 보낼수 없는 사람

한부울 2009. 5. 29. 18:38
 

함부로 밥 사려고 하지마라, 노무현을 보낼수 없는 사람

[노컷뉴스] 2009년 05월 29일(금) 오후 03:20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있은 29일 부산역 분향소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2002년 대선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선거 로고송을 틀어 놓고 영정 앞에서 통곡을 하는 한 남성을 어느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그 만큼 비통하고 처절하게 울던 이 남성은 구봉진(58)씨. 구씨가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85년 경남 통영에서 버스기사를 할 때였다.


“사장 앞에서 손가락에 담배 끼워 피웠다고 해고 당하던 시절 이였어요. 이러다 다 죽겠다 싶어서 통영에서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려고 했는데 사장은 눈 시퍼렇게 뜨고 해고 하겠다고 하지, 아이들은 줄줄이 있지”


너무 힘들어 나쁜 생각도 했지만 어린자식들이 눈에 밟혀 차마 그럴 수 없었다는 구씨는 진주에 사는 친구로부터 노무현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이다 하는 생각으로 찾아갔습니다. 그 당시 변호사라 하면 돈을 긁어모으는 직업인 줄로만 알았어요. 돈도 없고, 그래도 일단 찾아갔습니다.”

구씨가 처음 만난 노무현 변호사는 허름한 점퍼 차림으로 반갑게 구씨를 맞아 줬다.


“기억에 남는 것은 목소리에 높낮이가 없어서 사람이 편안했습니다.”

 

 

이후로 부산과 통영을 오가며 구씨가 속한 노동조합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었다는 노 전 대통령이 변호비로 받은 것은 통영 멸치 한 상자.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거만 하면 집 사람 한 테 쫓겨 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받지 않았습니다. 밥이라도 한 끼 사려고 하면 ‘가족들 밥 먹기 힘든데 함부로 밥 살라 하지 마라’고 하시고, 멸치 한 상자는 받으시더라구요”


88년 부산 동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 된 뒤 통영을 찾은 노 전 대통령은 여전히 예전과 같은 점퍼 차림이었다.


“의원 배지를 왜 안 달고 왔냐고 물으니까 배지 달면 서로 어색하고 뭐 하러 다느냐, 편하게 막걸리도 한잔 해야지 하시더라구요”


2002년 대선 때도 구씨는 1톤 트럭을 몰고 통영을 돌아다니면서 선거 운동을 했다.


“신났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친 사람으로 보였을 겁니다. 이런 사람이 안 되면 누가 대통령 하나 이런 생각으로 신나게 뛰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구씨는 과거 선거운동을 했던 자신이 원망스럽게 까지 하다. “대통령이 안됐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제가 죄인 같고 한탄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애꾸 눈 뿐인 동네에 두 눈 다 뜨고 걸어가면 그 사람이 바보 소리 듣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런 것 같아요” 구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이었다.


[부산CBS 박중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