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괴로웠을까, 대한문 앞 탄식
[한겨레] 2009년 05월 23일(토) 오후 09:33
시민들 애도 물결
800여명 분향소 설치, 국화 놓고 명복 빌어
경찰 “불법집회” 방해…서울광장 출입 봉쇄
23일 오전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비보가 전해지자 이날 오후부터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등에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만들자”는 제안과 댓글을 쏟아내는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준비했다.
시민들 추모 물결 이날 오후부터 대한문 앞으로 삼삼오오 몰려든 시민들은 오후 4시30분께부터 테이블, 영정사진, 조화 등 분향시설을 마련했다. 영정사진 속 노 전 대통령은 밀짚모자를 쓴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분향소 앞에는 추모객 800여명이 모여, 갑자기 떠난 노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일부 시민은 눈물을 닦으며 통곡하기도 했다. 분향소 설치가 끝나자 시민들은 네다섯 명씩 국화를 들고 분향소 앞에 나와 절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환히 웃는 영정 속 고인의 얼굴 아래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추모제를 찾은 시민 박인홍(50)씨는 “뉴스를 보고 놀란 마음에 아내와 함께 나왔다”며 “노 전 대통령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검찰에서 얼마나 수모를 당했으면 그랬을까 싶어 많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분향소 주변에서는 일부 누리꾼 모임이 ‘이명박 대통령 탄핵소추를 바라는 국민운동’ 서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지 못한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토했다. 회사원 최장순(30)씨는 “아침에 어머니가 텔레비전 보면서 훌쩍이시더라”며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노무현이 상징하던 도덕성·진보·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들이 무너진 게 아닌가 생각하니 너무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성수 제주 4·3유족회장은 “제주도를 그렇게 사랑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던 분이 사망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그동안 심적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겠느냐”고 말했다.
경찰, 분향도 방해 경찰은 이날 시민들의 자발적인 분향소 설치에 대해서도 ‘불법 집회’라며 분향 진행을 여러 차례 가로막아 시민들과 충돌을 빚었다. 대한문 앞에 배치된 경찰 16개 중대 2천여명은 분향소 주변을 둘러싼 채 시민들의 조문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시민들이 영정을 올려놓은 탁자 주변에 설치하려던 천막을 “불법의 소지가 있다”며 압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쪽도 성급하게 추모제를 강제로 해산할 경우 국민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규정상 ‘추모제’는 신고 대상이 아니다.
이날 경찰은 서울 전역에 59개 중대 6천여명을 배치하는 등 시민들의 추모 물결을 예의 주시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 서울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막아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길윤형 박수진 송채경화 기자 한국온라인신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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