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아버지 노무현의 마지막 선택, 많은 신세졌다

한부울 2009. 5. 24. 14:22
 

아버지 노무현의 마지막 선택, 많은 신세졌다

[노컷뉴스] 2009년 05월 24일(일) 오전 05:57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모두 구속돼 고초를 겪고 있지만 가족들의 고통은 그 이상이었다.


대통령의 가족, 이른바 '로얄 패밀리'로 5년 간을 보낸 뒤 청와대를 나선 가족들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형 건평 씨는 지난해 말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에 연루돼 일찌감치 구속됐다. 이후 박연차 회장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집중 겨냥하면서 그 가족들은 하나둘 수사선상에 올랐다.


아들 건호 씨와 딸 정연 씨, 조카사위 연철호 씨 등이 모두 검찰에 불려나갔고, 부인 권양숙 여사까지 지난달 11일 부산지검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추가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 역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가족 모두가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고통을 겪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가장 노무현'의 심경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가족들에게 돌리고만 있다"는 비난 여론까지 나온 터여서 그가 느꼈을 자괴감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살을 결심한 노 전 대통령이 가족을 비롯한 측근들에게 마지막으로 미안함을 전한 이유다.


검찰의 압박 수사로 심신이 피로해질대로 피로해진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에게, 가장을 잃은 직후 검찰로부터 '사실상의 수사 종결'이라는 허탈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남편과 아버지의 주검 앞에 엎드린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의 눈에서는 한동안 눈물이 마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BS정치부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