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NASA의 우주계획 수술 칼 뽑았다
[조선일보] 2009년 05월 09일(토) 오전 02:49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 정신을 상징해온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창설 51년 만에 대규모 '건강검진'을 받는다. 오바마 행정부의 과학정책 총책인 존 홀드런(Holdren) 백악관 과학기술 보좌관은 7일 나사의 달 탐사 계획을 포함한 모든 유인(有人)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독립적 외부기관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유인 달 착륙에 재도전한다는 미 우주 계획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방산·우주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노먼 어거스틴(Augustine)이 이끌게 되는 재검토 팀이 가장 집중적으로 손볼 대상은 나사가 2015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아레스(Ares) 로켓이다. 이 로켓과 여기에 탑재될 오리온 캡슐은 2010년 9월 퇴역하는 우주왕복선들을 대체할 미국의 차세대 우주 운송수단이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격렬한 진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로켓의 안전성이 의심받는 데다 개발 비용마저 치솟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280억달러로 계산된 전체 사업비는 이제 440억달러로 불어난 상태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아레스 로켓이 순조롭게 개발돼 예정대로 2015년 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우주왕복선들이 2010년에 모두 퇴역해 5년간 써먹을 우주 운송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나사는 이 기간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재검토 팀은 더 나은 해결책을 주문하게 된다.
이번 재검토 조치는 평소 나사의 활동에 대해 불만을 가져온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대선 유세 당시 달 탐사 예산을 교육 분야로 돌리자는 주장을 폈고, 지난 3월엔 "우리 우주 프로그램은 표류하고 있다"며 나사의 우주 개발 방향을 문제 삼았다. 오바마는 또 지난 1월 사임한 마이클 그리핀(Griffin) 전 나사 국장의 후임을 아직도 임명하지 않고 있어 나사를 홀대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나사의 현 우주 정책은 조지 W 부시(Bush) 전 대통령의 작품이다. 2004년 부시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2003년)를 겪은 뒤 미 우주 정책의 대전환을 명령했다. 수차례 지구와 우주 사이를 오가느라 고장 확률이 높아지는 왕복선 대신 1회용 발사체를 활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와 함께 달 착륙 재도전(2020년)과 화성 탐사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우주사업 재검토 지시를 계기로 나사의 달 탐사 계획의 완전 백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중국·러시아·일본·인도 등이 2020년을 전후해 유인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리기 위해 국력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미국만 도태될 수 있다는 논리다.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근무하는 한 나사 직원은 영국 일간 타임스에 "(이번 조치는) 미국 유인 우주비행 사업의 종말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사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이 일부 수정될 수는 있지만 전면 폐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검토 팀을 이끌 노먼 어거스틴 본인이 "나는 미국의 유인 우주비행 활동의 가치를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우주비행사 출신인 빌 넬슨(Nelson) 상원 우주항공 소위원회 위원장도 "재검토가 완료되고 나면 나사의 유인 우주비행 사업 예산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dpa통신에 말했다.
이용수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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