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조선족 이농현상 심화…한족이 터전 장악
[연합뉴스] 2009년 04월 22일(수) 오후 12:01
옌볜, 조선족 급감하면서 자치주 지위 '흔들'
중국 조선족들의 이농 현상이 심화하면서 조선족 자치주인 옌볜(延邊)을 비롯한 중국내 조선족들의 터전이 속속 한족들에게 장악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머지않아 조선족 자치주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옌볜의 조선족 인구는 80만명으로 옌볜 전체 인구의 32%에 불과하다.
자치주 건립 초기 50%가 넘었던 것이 돈벌이를 하러 한국과 중국 남부 연해지역으로 대거 빠져나간 자리를 한족(漢族)이 차지하면서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도 조선족은 더 이상 '다수민족'이 아니다.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농기계 보조금만 보더라도 조선족들의 실추된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올해 책정된 옌지(延吉)시 농기계 보조금 400만위안 대부분을 한족들이 차지했다.
옌지시 농기국 이창욱 국장은 "올해 농기계 보조금 신청자 가운데 90%가 한족이고 조선족은 1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가거나 중국 연해지역으로 진출하면서 판 농토를 한족들이 차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명 이상의 자녀를 낳을 경우 지원금까지 나오지만 조선족들이 한 자녀만 낳거나 아예 출산을 기피하면서 조선족 학교들의 폐교도 잇따르고 있다.
박왕근 옌볜 한인회장은 "한국에서 어렵지 않게 돈을 번 경험 때문인지 농사를 지으려는 조선족들이 갈수록 줄면서 농업경제권이 대부분 한족들에게 넘어갔다"며 "젊은이들이 대부분 외지로 떠나면서 조선족은 옌볜에서도 '소수민족'이 돼버렸고 이런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흑룡강신문이 최근 헤이룽장(黑龍江)성내 12개 지역 21개 조선족 농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조선족들의 심각한 이농현상을 엿볼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선족 가운데 20대 미만의 청소년이 4.2%, 20대가 2.9%에 불과했으며 30대가 10.7%, 40대 16.7%, 50대 24.6%순이었으며 60세 이상이 40.9%를 차지,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20대 미만 조선족이 아예 없는 농촌도 6개나 됐다.
이 때문에 농촌 노동력이 부족해 농업 생산성이 약화되고 그에 따라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 하얼빈 우창(五常)현의 한 조선족은 "우창은 중국에서도 최고급 쌀 생산지로 인정받는 대표적인 조선족 농촌이었지만 조선족 젊은이들이 힘든 농사일을 기피하면서 갈수록 한족들에게 땅이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옌지의 60대 조선족은 "이대로 가다가는 옌볜이 조선족자치주의 지위를 잃게 될지도 몰라 걱정이지만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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