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협약 무효 결의안 의미
[경향신문]2004년 09월 03일 18:12:18
1909년 9월4일 일본과 중국이 베이징에서 체결한 간도협약에 대한 무효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됨으로써 95년만에 간도문제가 공식논의 의제로 제기됐다. 16대 국회에서도 이미 국회에 제출된 바 있는 간도협약 무효 결의안은 당시 상임위에서 의안으로 채택조차 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가 대두되면서 서명의원도 지난 2월 발의 당시 19명에서 59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해당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안건 채택 여부를 두고 한차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간도협약에 관한 문제는 그동안 한·중 외교라인에서는 금기의 영역에 속했다고 할 수 있다. 영토분쟁의 소지가 있는 만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1992년 한·중수교 당시에도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 8월23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과의 협상에서도 중국측은 일부 정부 관련기관의 책자에 나타난 ‘만주 진입’이라는 표현을 문제삼았다.
일부 국제법 학자와 정치학자·역사학자들은 한국전쟁 이후 간도협약 무효화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다. 1972년에는 국회 차원에서 자료집이 발간되기도 했다.
1909년 체결 당시 한·중간 국경을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한다는 1조는 조약 당사자인 우리측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일본과 중국(당시 청나라) 사이에 체결된 조약이다.
간도협약 무효 확인에 관한 결의안에서 발의 의원들은 “간도협약이 1905년 을사조약을 근거로 하고 있으나 을사조약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이므로 간도협약도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간도협약 문제는 북한과 중국이 1962년 맺은 조·중변계조약 문제로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민감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당시 북한과 중국은 백두산 천지를 분할하고 압록강·두만강 선을 확정했다. 통일 후 이 조약의 승계 여부가 통일과정에 큰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동북공정을 계기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간도문제는 중국과 북한의 외교관계를 염두에 둘 때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곤혹스런 문제이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우리당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뉴스메이커에서는 지난 1월부터 간도 영유권 문제를 특집 시리즈로 기획,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왔다. 오는 11월에는 일본·러시아·독일 등의 국제학자를 초청, 간도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윤호우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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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수복 시효 6년 남았다
입력: 2004년 01월 18일 13:39:17
“정부가 적극 나서서 공론화해야 한다.”(강경론) “국리민복을 따져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신중론)
이렇게 간도 반환을 보는 국제법학자들의 시각은 ‘강경론’과 ‘신중론’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 대비되는 전략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굳이 따지자면 강경론은 '이상주의'에 가깝고, 신중론은 '현실주의'에 가깝다. 물론 양자는 간도협약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똑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즉, 1909년 당사국인 대한제국(한국)을 젖혀두고, 청나라(중국)와 일본이 맺은 간도협약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간도 문제를 40여 년간 연구한 노계현 전 창원대 총장(외교사)과 서울대 이상면 교수(국제법)는 "강압에 의해 체결된 을사조약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조선의 영토를 일본이 팔 권한은 없다"면서 "을사조약에 조선의 영토를 일본에서 팔 수 있는 권한이 규정된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간도협약은 조약체결의 권한과 자격이 없는 일본이 한쪽 당사자로 돼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얘기다.
"청-일 간도협약은 원천적 무효"
그러면 간도 반환에 대한 전략에서는 견해가 왜 엇갈릴까. 이는 한국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이다. 현실적 어려움이란 남북한의 분단이다. 남한이 한반도 중 북한 지역에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 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은 간도 문제에서 북한보다는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신중론자들은 간도의 거주민들이 조선족이 대다수라고 해서 민족 감상주의에 빠져서는 얻을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면 교수는 "국가의 이익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적극 대처하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교역, 북핵 등 현실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을 때, 즉 남북통일이 됐을 때 하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면서 "현 시점에서 중국과 분쟁을 일으켜봐야 좋을 것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접경해 있는 지역을 한국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익도 없고,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강경론자들은 정부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강경론을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인 노계현 전 총장과 인천대 법학과 노영돈 교수(국제법)는 "정부는 간도영유권을 확보할 의지와 행위가 있어야 한다"면서 "당장 정부가 행동이나 협상에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 영유권을 주장하는 공식선언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토 문제는 계속 주장하지 않으면 점유한 나라에 우선권이 돌아간다.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서 '영토분쟁'이 있는 곳이라고 세계 각국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노 전 총장은 "중국과의 교역 등도 중요하지만 영토 보전은 원초적 문제"라며 "이는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강경론자는 간도 문제를 국제법에 호소할 수 있는 시기가 협약체결 100년째를 맞는 2009년이라고 못박고, 간도 반환 시한이 6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국제소송 등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간도 문제에 있어 정부의 무대응과 무관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통일 이전 문제제기 땐 소탐대실"
노 전 총장은 "새로 협의를 진행하자고 하면 중국은 분명 피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에 개의치 말고 우리는 우리대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회담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후손들에게 좋은 자료를 남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에는 간도협약을 무효화하고, 합법적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이 1909년 이전의 분쟁 상태로 되돌아가 서 역사적-지리적-경제적-정치적-법적 요소를 검토하고 협의해 다시 귀속 문제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론자들이 무능력하다고 성토(?)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느 쪽일까. 정부는 철저한 신중론 편에 서 있다. 정부는 강경론자들의 지적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어쩌면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 꼬리를 내린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다. 외교통상부 국제법규과 제동환 외무관은 "중국과 일본이 맺은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전제하에 정부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유리한 여러 가지 자료를 수집해왔다"고 말했다. 제 외무관은 "다만, 간도는 북한과 접해 있어 한국이 나서는 것은 명분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100년이 지나면 간도를 못 찾는다는 조항은 국제법 어디에도 없고, 그런 관례도 없다"면서 "남북통일 이전에 간도 문제를 꺼내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남북통일 이전에는 북한의 행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과 국경이 접해 있어 간도 문제에 관해서는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북한은 이미 중국과 비밀협약을 맺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1960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비밀협약은 말 그대로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다. 한국 정부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 후 1962년 중국이 한국전쟁의 참전 대가로 북한에 백두산 지역 양도를 요구했으나 북한의 요구대로 백두산 천지를 분할해, 간도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더 이상 요구하기 어렵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의 주도적인 역할은 난망한 실정이다.
조완제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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