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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기상청, 나 어떡해…COMS

한부울 2008. 8. 18. 22:14
 

사면초가 기상청, 나 어떡해…

[위클리조선] 2008년 08월 12일(화) 오전 09:35


기상청에 반기(反旗)든 민간 업체들

"우리도 언론 통해 예보하게 해달라"


민간 일기예보 업체들이 기상청에 포문을 열었다. 지난 7월 29일 일기예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모임인 기상사업자연합회는 “기상청이 기상정보의 모든 과정을 전담함으로써 전체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민간사업자도 언론을 통해 기상예보를 발표할 수 있도록 허가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국내에는 케이웨더, 웨더뉴스, 웨더아이, 첨성대 등 기상청에서 자격을 부여한 11개 업체들이 기상정보가 필요한 기업체에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건설사, 조선사, 유통업체, 골프장 등 날씨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들이다. 이들은 주로 연 단위로 계약을 맺고 각자 필요한 기상정보를 주문하고 있다. 이용요금은 정보 가치와 양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월 단위로 부과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상정보 제공은 특정 수요자만으로 국한되어 있다. 기상법 제2조 제12호는 “기상사업자는 특정 수요자를 대상으로 기상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반 국민에 대한 예보는 기상청이 독점한다는 얘기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서로 다른 곳에서 일기예보를 내놓을 경우 국민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또 “미국·일본 등 기상 선진국에서도 모든 기상 관련 기초자료는 각국 기상당국에서 생산된다”며 “민간업체들은 기상청에서 생산된 정보를 수요자에 맞게 가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기상사업자들은 불만이 크다. 기상사업자연합회장인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매월 정보이용료로 200만~300만원을 기상청에 납부하지만 낙뢰데이터, 정시관측파일, 일본·중국 레이더 같은 일부 원시데이터는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기상청에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기상자료가 국가기밀도 아니고 검증이 안됐으면 같이 자료를 놓고 토론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기상청이 인터넷방송, 콜센터, 동네예보와 같은 민간사업자가 수행해야 할 분야까지 개입하고 있다”며 “민간사업자가 원시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은 재원 등의 문제로 인해 한계가 있는 만큼, 기상청은 데이터 생산에 집중하고 가공과 배포는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간업체들은 기상예보에 관계된 자료를 대부분 기상청에 의존하고 있다. 케이웨더의 경우에도 자체 관측장비와 해외에서 구매하는 기상자료 외에는 전적으로 기상청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기상청이 ‘기상’을 독점함으로써 생기는 폐해가 크다고 말한다. 김동식 대표는 “기상청이 정보의 생산부터 배포까지 모든 과정을 독점하다보니 국민들이 ‘예보(豫報)’를 ‘확보(確報)’로 믿고 있다”며 “이러니까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더 쌓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주말 앞둔 기상청은 전시(戰時) 방불

국가기상센터에서 한반도 전역 스크린


기상청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2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있는 기상청은 ‘전시(戰時) 상태’였다. 주말을 하루 앞두고 “25일 금요일까지 중부지방에는 천둥·번개와 함께 매우 많은 비가 내리겠고, 수도권에는 27일 일요일까지 비가 오겠다”는 예보를 한 상태라 잠시도 긴장의 끈을 풀 수 없었다. 김식영 예보총괄과장은 “여름철 집중호우기간에는 비상이라 휴가는 꿈도 못 꾼다”며 “집에 들어간 지도 한참 된 것 같다”고 했다.


청사 2층의 국가기상센터. 한반도 전역의 기상상태를 체크하는 기상청의 핵심이다. 일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날씨를 체크하고 있다. 국가기상센터 대형 스크린 위에 떠오른 한반도 위성사진 위에 비구름이 시시각각 움직이고 있다. 대형 스크린 왼쪽에 있는 6개의 소형 스크린은 각 시간대별 기상을 체크하고 있다. 위쪽에 위치한 3대의 스크린은 15분 단위, 1시간 단위, 12시간 단위별로 날씨를 체크하고 그 아래 있는 3대의 스크린은 바람의 방향, 레이더 체크, 낙뢰를 보여준다.


국지적인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각지 주요 지점에는 기상청에서 설치한 폐쇄회로 TV(CCTV)가 그 지역 기상을 체크하고 있다. 태풍 등으로 일기변화가 무쌍한 해안가 도서지역이 주 대상이다. 제주도를 비롯하여 추자도, 심지어 마라도 아래쪽에 있는 이어도의 상황까지 CCTV로 모니터가 가능하다. 또 전국 542곳에 있는 기상관측소에서 수집된 정보는 서울에 있는 기상청 본청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한마디로 한반도 하늘을 체크하는 종합상황판인 것이다.


종합상황판을 운용하는 인력은 예보관이다. 기상청 본청에만 9명씩 5개팀 총 45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야간 2개팀이 투입되는데 주간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상황을 체크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는 야간조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나머지 3개 팀은 교육에 들어간다. 더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해서 재교육을 받는 것이다. 예보관들이 하는 일은 한반도 상공 구름의 변화나 태풍의 이동경로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예보관 한 명이 각자 책상 위에 놓인 4개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다. 외국에서 수시로 들어오는 기상 관련 정보도 빠뜨릴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대기공학을 전공하고 기술고시를 통과한 우수 인력들이다.


예보 정확도 85%… 세계 9위 수준으로 높은 편

핵심인 수치예보모델이 11년 전 구식인 게 문제


2008년 현재 기상청의 예보정확도는 85% 내외이다. 1956년 69번째로 세계기상기구(WMO)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전세계 188개국 가운데 9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집행 이사국이기도 한 우리나라는 올해 86.4%까지 예보정확도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기상청 대변인실 김용진 사무관은 “우리나라의 기상 예보율은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조금 낮은 수준이지만 과거에 비해 그리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과거 기준으로 “서울 지역에 한때 비 한두 차례”라는 식으로 일기예보를 한다면 지금 기상예보도 크게 잘못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만족도는 70%에 불과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오보의 주범으로는 수치예보모델이 첫 번째로 거론된다. 수치예보모델은 각종 기상변수를 입력해 변화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다. 다양한 모델을 구비하고 있어야 수퍼컴퓨터상에서 이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 국지재해기상예측기술센터 박선기 교수팀은 “일기예보에서 수치예보모델의 중요성이 40%, 관측자료가 32%, 예보관의 역량이 28%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수치예보모델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교수팀의 평가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치예보모델 수준은 72%, 관측자료는 77%, 예보관 역량은 78%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기상청의 수치예보모델 성능은 C- 등급을 받았고, 관측자료와 예보관 역량은 C+ 등급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수치예보모델이 저조한 등급을 받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수치예보모델은 약 16종으로 10여년 전인 1997년 일본에서 도입한 것이다. 현재는 그 모델을 조금씩 개선해서 쓰고 있는 실정이다. 기상청 장동언 수치예보 모델개발과장은 “2008년 5월부터 영국기상청과 협정을 맺고 영국형 모델을 도입해서 공동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며 “2010년경에는 일본형이 아닌 영국형 모델을 실제로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2위 수준의 영국형 모델은 세계 4위 수준의 일본형 모델보다 객관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형모델, 태풍모델 등으로 분산돼있는 일본형 모델과 달리 통합형 시스템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 과장은 “유럽연합(EU)모델이 세계 1위지만 단기 예보보다는 중장기 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유럽연합 회원국끼리만 공유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에 들여올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관측장비 부족한 판국에 부실 제품들 구매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적 원인도 무시 못해


항공관측장비가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화여대 박선기 교수팀도 기상청의 역량이 떨어지는 분야로 ‘항공관측’을 꼽았다.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확실한 차이가 난다. 비구름을 추적하는 기상레이더의 경우 일본은 20개를 운영하는 데 반해 우리는 11개, 윈드프로파일러의 경우 일본은 31곳에 설치돼 있는데 우리는 고작 9곳에만 설치돼 있다. 윈드프로파일러는 120m~16㎞ 상공의 풍향과 풍속을 탐지하는 고층 기상관측장비다.


부실장비 구매는 더욱 문제를 어렵게 한다. 지난 5월 1일 감사원은 “2007년 초 기상청이 성능 미달의 기상관측장비 4000대 11억원어치를 도입하여 부실관측이 2.4배 급증했다”며 “성능미달장치 구매자 3명을 징계하고 납품업체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것”을 기상청에 요구했다. 또 불량장비 구매 결과, 습도 등 자료 이상이 3건에서 49건으로 증가하고 수신불량이 23건에서 87건으로 늘어나는 등 부실관측이 2006년 147회에서 2007년에는 352회로 급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예보인력이 자주 바뀌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상청 5급 이상 예보관들의 총 근무연수는 13년11개월이지만 실제 예보 업무 경력은 6.4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상청 예보인력은 2~3년마다 순환배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적 예보를 한다고 하지만 경험이란 것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퍼컴퓨터가 제공하는 자료를 최종적으로 판독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형적인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비를 몰고 오는 구름덩어리는 바다를 통과하면서 수증기를 머금게 되고 성질이 바뀌게 된다. 또 산악지형이 국토의 7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변화가 자주 발생한다. 기상청 대변인실 김용진 사무관은 “우리나라는 국토가 남북으로 400㎞로 미국의 한 개 주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된다”며 “인천 앞바다에서 서울 상공까지 구름이 몰려오는 데 2시간밖에 안 걸리는데 만일 오전에 비가 온다고 예보했다가 정오가 약간 넘어 오후가 되면 욕을 먹는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내년 충북 오창과학단지에 새 수퍼컴퓨터 도입

자체 통신해양기상위성(COMS)도 내년 발사


기상청도 예보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우선 하드웨어를 보강할 예정이다. 오는 2009년에 충북 오창과학단지에 새로운 수퍼컴퓨터를 도입한다. 새 수퍼컴퓨터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2호기에 이어 도입하는 기종으로 대당 가격만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 김용진 사무관은 “새로 도입되는 수퍼컴퓨터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모델과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성능은 10배 이상 뛰어나다”며 “현재 사용하는 2호기와 함께 1년가량 동시 운용하면서 안정화 단계를 거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어느 회사 제품을 들여올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수퍼컴퓨터는 미국 크레이(Cray)사에서 만든 제품이다. 2005년 11월에 교체한 모델로 성능 면에서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자랑한다. 그전까지는 일본 NEC사 모델을 사용했다. 하지만 기상청의 두뇌는 기상청에 없다. 수퍼컴퓨터를 설치할 공간이 없어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LG데이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설치하고 LG데이콤에 위탁관리를 맡겼다. 대신 기상청 통신실에서 CCTV를 설치하여 수퍼컴퓨터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 수퍼컴퓨터의 보안과 설치되어 있는 곳의 온도나 습도 같은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체크한다. 월 관리비만 1억원 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통신해양기상위성(COMS)도 발사할 예정이다. 현재 위성자료는 대부분 일본국토교통성과 일본기상청이 운용하는 다기능위성(MTSAT)과 미국 상무부가 관리하는 위성(NOAA)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 자체 기상위성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 발사되는 통신위성은 동경 128.2도 선에 위치해 적도 3만6000㎞ 상공에서 지구가 도는 속도와 같이 움직이면서 한반도 상공의 날씨 변화를 수시로 체크하게 된다. 새 위성의 설계 수명은 10년이고 운영 예상수명은 7년이다. 기상청 지구환경위성과 원재광 사무관은 “통신위성의 경우 전체 사업비만 3558억원이 투입됐다”며 “내년에 남미 프랑스령(領) 기아나 쿠루(Kourou) 우주기지에서 발사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기상청 김용진 사무관은 “현재 일본 등지에서 제공받는 위성 자료는 30분마다 한 번씩 들어오는데 자체 위성을 쏘아올리면 그 간격이 10분에 한 번씩으로 줄어들어 향후 7년 동안 좀 더 정확하고 정밀한 예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경쟁을 통해 조직 내의 긴장감도 높일 예정이라고 한다. 예보상황팀과 예보관 개인별 예보정확도를 평가해 우수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했다. 평가가 저조한 예보관은 재교육을 실시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경우 예보 분야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담 콜센터도 설립된다. 기상청 김용진 사무관은 “현재는 기상청 예보관들이 일일이 전화응대를 하고 있어서 기상관측에 집중할 수 없다”며 “전담 콜센터가 설립되면 기상청 퇴직자 등 기상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센터는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서울관측소에 입주하여 30명의 인력으로 운용된다. 대신 오는 11월부터 예보관들은 기상예보에만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대국민 접촉도 강화한다. 기상청은 현재 ‘동네예보 옴부즈맨’이라는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전국 읍·면·동에서 25㎢당 1명씩 총 4000명을 기상청 옴부즈맨으로 선정해 현재 일기예보의 부족한 점에 대한 의견을 듣고 개선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기상청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훈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