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 속에 피어난 한송이 꽃처럼…대한민국 건국은 기적과 같았다
[한국경제신문] 2008년 08월 08일(금) 오후 07:59
대한민국(大韓民國)의 건국은 순탄하게 전개되지 않았다.
1945년 해방 이후 곧 독립국가가 건설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믿음은 소련의 개입으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해방에서 건국까지 3년간 한반도는 그야말로 우파와 좌파가 싸움하는 무정부 상태였다. 이를 말끔히 청소하고 정부 수립을 통해 대한민국 기틀을 잡은 것은 어떻게 보면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 건국 어떻게 이뤄졌나
연합국 지도자들은 1945년 2월 얄타에서 회담을 열어 한국을 '적절한 시기'에 독립시키기로 한 카이로 회담의 결정을 재확인하면서 특히 한반도에 대해 북위 38도선을 기점으로 일본국 무장해제를 위한 군사분계선을 설정했다.
그해 8월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태평양 전쟁이 끝나자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 진영 간 갈등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소련의 스탈린은 북한에 단독 정부를 수립할 계획을 미리부터 세워두고 먼저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1945년 12월 말 모스크바로부터 한반도 신탁 통치안이 전해졌다.
국내 좌파들은 처음에는 신탁을 반대했지만 곧 입장을 바꿔 신탁을 지지했다.
신탁 통치를 논의하기 위한 미소공동위원회가 열렸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미국은 소련과의 얄타 회담 합의를 포기하고 한반도 문제를 유엔에 넘겼다.
유엔은 1947년 11월 한반도에서 인구비례에 따른 총선거를 실시, 통일 정부를 수립하며 이 선거를 감시하기 위해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을 파견한다고 결의했다.
이 위원단은 아쉽게도 소련의 거부로 북한에 들어갈 수 없었다. 분단의 시작이었다.
유엔은 1948년 선거 감시가 가능한 지역 즉 남한에서만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미군정은 이를 받아들여 그해 5월10일 총선거를 실시했다.
총 선거로 국회의원들이 뽑히고 이들은 헌법을 만든 뒤 국회의장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하게 됐다.
⊙ 건국의 의미는
대한민국 건국은 우리의 정치체제로 민족의 앞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민족 스스로 헌법을 마련하고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으로써 구한말 이후 추진해왔던 한반도의 근대화 운동이 결실을 맺게 됐다. 제헌 헌법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으며 대한민국의 체제와 질서를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경제 체제임을 확실하게 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반대하는 공산주의는 단호하게 배격했다.
백성이나 신민으로 통치의 객체로만 존재하던 우리 민족은 정치적 권리와 의무를 가진 국민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민으로 다시 태어난 국민 각 개인은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한 자연법적 권리를 갖게 됐다. 또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제도적으로 정착됨으로써 그동안 억눌려 왔던 민족의 잠재력과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외국의 학자들은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정부 주체가 성립됐다는 그 자체가 이후 경제 성장의 큰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당시 일부 정치가들의 주장대로 자주와 민족 공조의 논리를 앞세워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했다면 현재의 북한과 같은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을 것이다. 이승만 박사를 중심으로 한 건국 주역들이 이러한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라를 세웠던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은 또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가르치는 계기가 됐다.
1948년만 해도 인구의 80%가 어떤 형태의 교육도 받지 못했던 문맹국가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1949년 초등교육을 위한 의무교육제를 도입하고 매년 예산의 10%를 교육에 투입했다.
그 결과 1959년 대한민국 취학 적령기 아동의 95%가 의무 교육을 받게 됐으며 순 문맹률이 22%로 낮아졌다. 일제가 해내지 못한 일을 대한민국 정부가 해낸 것이다. 유영익 연세대 석좌교수는 "건국의 의미는 일련의 획기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우매한 백성을 새로운 국민으로 만든 데 있다"고 설명했다.
⊙ 건국 세력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한 중심 세력은 대부분 40대였다.
5·10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 209명의 평균 연령은 46세였다.
이들 중 60%는 대학과 전문학교 등 고등 교육을 받았으며 해방 이전에 종사한 직업은 주로 기업 경영과 공무원 생활이 태반이었다.
이들 중 30% 이상인 68명이 민족 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으며 10명은 만주독립군 동북항일연군 등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 출신도 14명이었다. 애국지사 혹은 독립운동가를 중심으로 초대 내각이 구성됨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확고해졌다. 이들 209명이 속한 집안의 조선왕조 시대 신분은 향리 등 중간신분이 대부분이었다.
대한민국의 건국세력은 결국 조선 시대 이래의 전통적 양반 계급이 아닌 중간신분으로서 개화 사상을 체득하고 근대적 문물을 수용하면서 전문적 직업능력을 키워온 민족주의자들이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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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 연설문에는…
[한국경제신문] 2008년 08월 08일(금) 오후 07:49
다음은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1948년 8월15일 광화문에서 거행한 정부 수립 선포 및 축하식에서 행한 연설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개인자유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이 갈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연설문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외국귀빈 제씨와 사랑하는 나의 동포 여러분!
8월15일 오늘에 거행하는 이 식은 우리의 해방을 기념하는 동시에 우리 민국이 새로 탄생한 것을 겸하는 것입니다. 이날 동양의 한 고대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회복되어서 40여년을 두고 바라며 꿈꾸며 투쟁하여온 사실이 실현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시간은 내 평생에 제일 긴중한 시기입니다.
내가 다시 고국에 돌아와서 내 동포의 자치 자주하는 정부 밑에서 자유공기를 호흡하며 이 자리에 서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격으로 이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가 앞에 할 일은 우리의 애국심과 노력으로 우리 민족을 반석과 같은 기초에 둘 것이니 이에 대하여 공헌과 희생을 많이 한 남녀는 더 큰 희생과 더 굳은 결심을 가져야 될 것이요 더욱 굳센 마음과 힘을 다하여 다만 우리의 평화와 안전뿐 아니라 온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 힘써야 될 것입니다.
이 건국 기초에 요소될 만한 몇 조건을 간단히 말하려하니
1)민주주의를 전적으로 믿어야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 중에 혹은 독재제도가 아니면 이 어려운 시기에 나갈 길이 없는 줄로 생각하며 또 혹은 공산분자의 피상적 운동에 중대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지혜와 능력이 없다는 관찰로 독재권이 아니면 방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으니 이것을 우리가 다 큰 유감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목하에 사소한 장애로 인하여 영구한 복리를 줄 민주주의 방침을 무효하게 만드는 것을 우리가 결코 허락지 않을 것입니다. 독재가 자유와 진흥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역사에 증명된 것입니다.
민주제도가 어렵기도 하고 또한 더디기도 한 것이지만 의로운 것이 종말에는 악을 이기는 이치를 우리는 믿어야 할 것입니다. 민주제도가 세계우방들이 다 믿는 바요 우리 우방들이 전제정치와 싸웠고 또 싸우는 중입니다.
세계의 안목이 우리를 들여다 보며 역사의 거울이 우리에게 비추어 보이는 이때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채용하기로 30년 전부터 결정하고 실행하여 온 것을 또 간단없이 실천해야 될 것입니다. 이 제도로 성립된 정부만이 인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부입니다.
2)인권과 개인 자유를 보호할 것입니다.
민주정체의 요소는 개인의 근본적 자유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국민이나 정부는 항상 주의해서 개인의 언론과 집회와 종교와 사상 등 자유를 극력 보호하여야 될 것입니다. 우리가 40여년 동안을 왜적의 손에 모든 학대를 받아서 다만 말과 행동뿐 아니라 생각까지도 자유로 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민족이 절대로 싸워온 것입니다.
우리는 개인 자유활동과 자유 판단력을 위해서 쉬지 않고 싸워온 것입니다.
우리를 압박하는 사람은 유래로 저의 나라의 전제정치를 고집하였으므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마음이 더욱 굳어져서 속으로 민주제도를 배워 우리끼리 진행하는 사회나 정치상 모든 일에는 서양민주국에서 행하는 방식을 모범하여 자유로 우리의 공화적 사상과 습관을 은근히 발전하여 왔으므로 우리의 민주주의는 실로 뿌리가 깊이 박혔던 것입니다.
공화주의가 30년 동안에 뿌리를 깊이 박고 지금 결실이 되는 것이므로 굳게 서 있을 것을 믿습니다. 자유의 뜻을 바로 알고 존숭(尊崇)히 하며 한도 내에서 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느나라에서든지 자유를 사랑하는 지식계급에 진보적 의사를 가진 청년들이 정부에 단계를 밟아 진행하는 일을 비평하는 폐단이 종종있는 터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언론과 행실을 듣고 보는 이들이 과도히 책망해서 위험분자라 혹은 파괴분자라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기본적 요소이므로 자유권리를 사용하여 남과 대치되는 의사를 발표하는 사람들을 포용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못해서 이런 사람들을 탄압한다면 이것은 남의 사상을 존중히 하며 남의 이론을 참고하는 원칙에 위반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비와 선악이 항상 싸우는 이 세상에 우리는 의로운 자가 불의를 항상 이기는 법을 확실히 믿어서 흔들리지 말아야 될 것입니다.
서로 이해하며 협의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관건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새 국가를 건설하는 이때에 정부가 안에서는 공고하며 밖에서는 위신이 있게 하기에 제일 필요한 것은 이 정부를 국민이 자기들을 위하여 자기들 손으로 세운 자기들의 정부임을 깊이 각오해야 될 것입니다. 이 정부의 법적 조직은 외국군사가 방해하는 지역 외에는 전국에서 공동히 거행한 총선거가 된 것이니 이 정부는 국회에서 충분히 토의하고 제정한 헌법으로써 모든 권리를 확보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우리 일반시민은 누구나 다 일체로 투표할 권리와 참정할 권리를 가진 것입니다.
일반 국민은 누구를 물론하고 이 정부에서 반포되는 법령을 다 복종할 것이며 충성스러히 받들어야만 될 것입니다.
국민은 국권의 자유를 할 담보를 가졌으나 이 정부에 불복하거나 전복(顚履)하려는 권리는 허락할 일이 없나니 어떤 불충분자가 있다면 공산분자 여부를 물론하고 혹은 개인으로나 종당(從黨)으로나 정부를 전복하려는 사실이 증명되는 때에는 결코 용서가 없을 것이니 극히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인민의 자유권리와 참정권을 다 허락하되 불량분자가 민권자유라는 구실을 이용해서 정부를 전복하려는 것을 허락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니 누구나 다 이것을 밝히 알아 조심해야 될 것입니다. 정부에서 가장 전력하려는 바는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근로하며 고생하는 동포들의 생활 정도를 개량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기왕에는 정부나 사회에 가장 귀중히 여기는 것은 양반들의 생활을 위했던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이런 사상을 다 버리고 새 주의로 모든 사람의 균일한 기회와 권리를 주장하며 개인의 신분을 존중히 하며 노동을 우대하여 법률 앞에는 다 동등으로 보호할 것입니다. 이것이 곧 이 정부의 결심이므로 전에는 자기들의 형편을 개량할 수 없는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특별히 주의하려 하는 것입니다. 또 이 정부에 결심하는 바는 국제통상과 공업 발전을 우리나라의 필요를 따라 발전시킬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민족의 생활정도를 상당히 향상시키려면 모든 공업에 발전을 꾀하여 우리 농장과 공장의 소출을 외국에 수출하고 우리는 없는 필요한 물건을 수입해야 될 것입니다. 그런즉 공장과 상업과 노동은 서로 떠날 수 없이 함께 병행 불패해야만 될 것입니다. 경영주들은 노동자들을 이용만 하지 못할 것이고 노동자는 자본가를 해롭게 못할 것입니다.
공산당의 주의는 계급과 계급 사이에 충돌을 붙이며 단체와 단체 간에 분쟁을 붙여서 서로 미워하며 모해를 일삼는 것이나 우리의 가장 주장하는 바는 계급 전쟁을 피하여 전 민족에 화동(和同)을 도모하나니 우리의 화동과 단체성은 우리 앞에 달린 국기가 증명하는 것입니다. (중략)
결론으로 오늘에 지나간 역사는 마치고 새 역사가 시작되어 세계 모든 정부 중에 우리 새 정부가 나서게 됨으로 우리는 남에게 배울 것도 많고 도움을 받을 것도 많습니다. 모든 자유 우방들의 후의와 도움이 아니면 우리의 문제는 해결키 어려울 것입니다.
이 우방들이 이미 표시한 바와 같이 앞으로 계속할 것을 우리는 길이 믿는 바이며 동시에 가장 중대한 바는 일단 국민의 충성과 책임심과 굳센 결심입니다. 이것을 신뢰하는 우리로는 모든 어려운 일에 주저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며 장애를 극복하여 이 정부가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서서 끝까지 변함이 없이 민주주의에 모범적 정부임을 세계에 표명되도록 매진할 것을 우리는 이에 선언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
정리=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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