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부

右로 폭주하는 日本…독도침탈 작전

한부울 2008. 8. 2. 01:41

 

右로 폭주하는 日本…독도침탈 작전

[매일경제] 2008년 07월 26일(토) 오전 04:05

 

 

일본은 최근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기로 했다. 왜 일본은 독도 영유권에 이토록 집착하는가. 반복되는 일본의 독도 도발 의도와 배경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후쿠다 야스오 현 일본 총리가 의원이던 2005년 말 국회 회관을 찾아가 신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한ㆍ일 관계 개선의 발목을 잡았던 세 가지 테마(역사 인식, 독도 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물었다.


그는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한ㆍ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문제를 두 사람이 무슨 수로 해결하겠는가. 고이즈미 총리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는 정도일 것이다."

제 아무리 일본의 총리라고 해도 독도 문제는 국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으며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는 다른 정책 수립 과정, 의사결정 체계를 갖췄다. 문부과학성에서 '이미 2005년에 결정된 사항이라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총리가 발휘할 수 있는 조정력이나 리더십은 지극히 작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이럴 줄 몰랐다'거나 '후쿠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뒤통수를 쳤다'며 배신감을 토로하지만, 어찌 보면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일본은 애당초 그럴 생각이 없었으며 후쿠다 총리도 고이즈미 정권인 2005년 3월에 결정된 사항을 바꾸기에는 역량과 의지가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틈만 나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는가. 그 원인을 파헤쳐 본다.


◆끝없는 영토 확장 야욕 드러내


= 일본의 가장 큰 노림수는 영해, 영토 확장이다. 일본 관청들이 밀집한 가스미카세키 대로의 중앙합동청사 4호관 옆 용지. 이곳에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큰 비석과 같은 간판이 버티고 있다. 흰색 바탕인 이 간판에는 검은색 글씨로 '북방영토 되돌려 받는 날, 평화의 날(내각부)'이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북방영토는 현재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홋카이도 북쪽의 4개 섬이다. 일본은 이 섬들을 반환할 것을 러시아 측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동중국해에서 가스전을 둘러싸고 계속 갈등을 빚다가 최근 양국이 가스전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들 지역과 마찬가지로 독도를 영토 분쟁지역으로 이슈화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목표다. 독도를 영유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가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와 우파 정치인들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도의 표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경주하고 있다. 대한해협을 쓰시마해협으로 바꾸고,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도록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풍부한 해저자원ㆍ군사 요충지


= 독도는 경제적 가치가 크다. 우선 독도 주변 해역이 황금어장이다. 세계 1위 수산물 소비국인 일본에 독도 주변 어장은 매우 매력적이다.


일본이 독도에 관심을 갖는 진짜 이유는 주변 해역에 묻혀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다. 관련 학계는 동해의 해저면에는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0년치에 해당하는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품질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묻혀 있다고 추산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에 관한 기술을 대거 축적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당장 독도를 손에 넣지는 못하더라도 이 같은 해저자원의 공동개발 권리라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싶은 것이 속내다.


일본은 배타적 경제수역을 명목으로 한국 측을 자극해왔다. 독도 인근 지역은 한ㆍ일 양국이 서로 배타적 경제수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역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2006년 탐사선을 보내 독도 수로 탐사를 시도했다. 한국이 1996년부터 4년간 탐사선을 파견해 해저조사를 한 만큼 일본도 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ㆍ일 사이에 합의가 안 된 수역이므로 한국 정부가 일본 선박을 나포할 수 없으며 만일 나포당할 경우 유엔 등의 무대에서 독도 주변 해역이 영토 분쟁 지역임을 부각시킨다는 계획까지 세워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독도가 군사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섬이라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1905년 2월 일본은 각료회의를 통해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시켰다. 그 후 독도에 망루를 설치했으며 러시아 함대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독도를 점거하면 북한, 러시아, 한국에서 이뤄지는 군사적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일본 측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평화헌법 개정…전쟁하는 나라로"

 

 

= 일본 사회의 보수 우경화 모습이 독도 도발로 표출되고 있다.


일본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보수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못박은 지금의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우파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김영삼 정권 당시 독도에 접안시설을 설치한 것을 계기로 일본의 집권 자민당의 주요 정치인들은 96년부터 공개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96년 10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공언했으며, 모리 요시로 총리는 2000년 9월 19일 KBS와 한 인터뷰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했다.


2005년에 들어서면서 일본 측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시마네현 의회는 2005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안을 상정해 그 해 3월 16일 통과시켰다. 2005년 3월에는 집권 자민당의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이 국회에서 "2012년부터 시행될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적시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본 정부는 최근 이를 실제로 해설서에 실었다. 일본 방위성에서 발행하는 방위백서도 2005년 이후 매년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하고 있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전통적으로 보수 우파가 주축이다. 국회의원 중에 역사 교과서 왜곡이나 독도 영유권 명기를 상습적으로 주장해온 사람들이 자민당에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자민당이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에 과반수 의석을 빼앗겨 국정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력 결집을 노리기 위해서는 보수 우경화 분위기를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 가령 독도 인근 수역에 접근하려다 한국 측에 저지당하는 자국의 탐사선 모습을 TV카메라가 잡아서 보여준다면 일반 국민들은 충격을 받고 정식 군대의 필요성이나 선제 공격을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하자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는 일본이 즐겨 사용했던 수법이다. 일단 명분을 축적한 후에는 자국의 군사적, 외교적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온 것. 1875년 운양호 사건을 일으켜 당시의 조선을 강제로 개항하도록 만들었으며, 중국 측이 먼저 공격해 오는 것처럼 꾸며서 청일전쟁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언론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보수 우익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5월 18일 일본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할 것이라는 기사를 썼으며, 13일자에는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한 문구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보수 우익 성향을 띤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가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에 계속 정보를 흘리면서 영유권 명기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7월 15일자에서는 "후쿠다 총리가 지난 9일 홋카이도 도야코 서밋 도중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의 일본 땅 표기를 통고했으며,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목소리 높이는 보수 우익단체들


= 보수 우익 단체들은 독도 영유권을 당당하게 주장하라고 일본 정부와 정치권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우익단체 중 하나인 일수회(一水會)의 기무라 미쓰히로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무주지(無主地) 선점론'을 주장했다. 기무라 대표는 "그동안 주인이 없던 땅인 독도를 일본이 1905년 각료회의를 통해 일본 영토로 편입했다. 한국은 하루빨리 이를 돌려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가 '독도는 역사적 문헌에도 기록된 한국의 영토'라고 반박하자 "예로부터 일본의 시마네현이 그(독도) 지역 일대를 지배했다"고 답했다. 시마네현이 독도를 지배했다는 증거를 대라고 하자 근대국가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근대국가 개념이 형성된 이후에야 비로소 영토나 주권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졌다. 일본은 1894~1895년에 벌어진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근대국가로 인정받게 됐으며 이처럼 근대화된 일본이 먼저 독도를 차지한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조선시대 때부터 일본의 에도막부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는 질문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대립 관계이던 에도막부가 가능하면 당시의 조선과 잘 지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에도막부는 (시마네현) 인근 주민들에게 조선과 다툼을 일으키는 일을 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인데 이건 영토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본 우익단체의 영토에 대한 집착과 생각은 멀리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들은 15~16세기 전국(戰國)시대, 아쓰치 모모야마시대를 거쳐 에도막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전쟁에서 이기면 상대편의 땅을 차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 만큼 무력행사를 통해 영토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전통적인 생각이 아직도 우익단체, 보수 우익 정치인들 사이에 남아 있는 것이다.


◆日 한번 정한 정책은 바꾸기 힘들어


= 반복되는 일본의 독도 도발 배경에는 한국과 다른 일본 특유의 정책 결정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전문관료들이 대부분의 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시행한다. 대부분의 정책을 담당자가 기안해서 만들고 내부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상향식으로 추진해 나간다. 따라서 일본의 정책은 이들 관료집단이 만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다. 한번 결정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시행된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일본은 한번 정한 정책을 못 바꾸는 나라'에 가깝다. 장관이 있기는 하지만 의원내각제 특성상 장관은 대부분 정치인 출신이어서 의회(중의원)가 해산되거나 내각이 총사퇴하면 장관은 거의 전원 물갈이된다.


이번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해설서 독도 명기도 이미 2005년 고이즈미 총리 시절에 2012년부터 이 같은 내용으로 한다는 방침이 정해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라서 총리라고 해도 이를 바꾸기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보수 우파 성향의 관료집단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제2, 제3의 독도 도발은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 김대영 특파원]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