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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추락 ‘KFX’ 날개가 없다

한부울 2008. 7. 12. 15:04
 

끝없는 추락 ‘KFX’ 날개가 없다

[데일리안] 2008년 07월 11일(금) 오전 11:11


한국 공군의 주력기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KF-16’이나 ‘F-15K’라 답할 것이다. 숫자로는 ‘KF-16’이 제일 많고, 성능으로는 ‘F-15K’가 단연 우위에 있으니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 공군에서 가장 많은 수를 운용하고 있는 기종은 F-4, F-5 전투기다. 숫자로도 300여대에 이를 만큼 많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간 이들 기종은 한국의 영공을 방어하고,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효자 노릇을 해왔다.

 

                              ◇ 한국 공군 보유의 F-5 전투기 ⓒ대한민국 공군


그러나 문제는 이들 기종이 너무나 ‘늙었다’는 점이다. 이들 기종은 부품을 구하기조차 어려워 공군 내 전문 인력이 쇠를 갈아서 일부 부품을 자체 제작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올 지경이다. 또 매년 일선에서 퇴역하는 이들 기종은 분명 다른 기체와 교환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들 기종을 대체할 기체가 마땅하지도 않다. 이것이 한국 공군의 ‘오래된 딜레마’다.


따라서 공군은 이들 노후 전투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이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FX(차세대 전투기 사업)’와 ‘KFX(한국형 전투기 사업)’다.


잊혀진 단어 ‘KFX’


KFX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라는 뜻을 가진 영문 ‘Korea Fighter eXperimental’을 줄인 말이다. 또한 이 사업은 외국에서 전투기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전투기를 개발해서 쓰자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KFX 사업은 지난 2001년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우리 공군은 21세기 항공우주군 건설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거시적인 안목과 치밀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늦어도 2015년까지 (한국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그 힘찬 비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KFX 사업은 곧바로 FX 사업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사업에 가려져 그 의미도, 그 진척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FX 사업이란 장거리 투사작전 능력을 가진 최신예 전투기를 외국에서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공군의 최신 기종인 F-15K는 이 사업의 결과물이다.

 

                           ◇ 우리 공군의 최신예 전폭기인 F-15K ⓒ대한민국 공군


이와 관련해 이정훈 <동아일보> 전문기자는 지난 6월 1일자 <신동아>의 기사에서, “지갑이 얇은 나라는 F-35를 살 수 없다고 판단한 록히드마틴은, F-35와 함께 F-16을 병행 생산할 예정”이라며 “록히드마틴은 KF-16보다 성능이 훨씬 좋은 F-16E/F를 이미 내놓았으니 2020년이 되면 더 좋은 F-16을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문기자는 또한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는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는 F-16 때문에 ‘출생 신고’만 하고 사라진 전투기가 적지 않다”며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과 대만, 이스라엘이 개발한 전투기”라고 소개했다.

 

                             ◇ 한국 공군의 주력기인 KF-16 전투기 ⓒ대한민국 공군


그는 따라서 “한국이 전투기 개발에 뛰어든다면 상대적으로 ‘강한 적수’가 적은 소형이나 경전투기 시장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전투기 사상 최고의 ‘대박’ 중 하나로 꼽히는 F-5의 경우, 전 세계 25개국에 약 2400대가 팔려나갔다. 하지만 현재 이 기종은 ‘노후 기체’의 대명사가 됐다.


이 전문기자는 “그러나 F-5를 이을 전투기는 스웨덴의 그리펜을 제외하곤 없는 실정”이라며,“한국의 비교우위는 소형 전투기 개발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 전문기자는 그 근거로 “KFX 사업으로 개발되는 전투기는 T-50과 유사한 크기이므로, 한국은 T-50 개발에서 습득한 기술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2008년 7월 현재 국방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에서 제한적인 공중전과 공격 능력을 갖춘 ‘FA-50 사업(T-50의 공격기 버전)’에 352억 원의 예산을 할당했을 뿐이다. 게다가 KFX 사업의 지속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차라리 KFX를 안락사 시키라”


이 문제를 두고 국내 최대의 밀리터리 사이트인 ‘유용원의 군사세계’의 회원들 사이에는 논쟁이 한창이다.


아이디 ‘rextiger’는 그 논쟁에 뛰어든 밀리터리 매니아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9일 이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항공산업은 현재와 미래 전 인류의 이동 수단의 궁극에 있는 사업이며 또한 후손들이 가져가야 할 미래 우주 관련 산업의 시발점인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산업에서 단기간에 어떤 이득, 마진을 내놓아야 한다는 그릇된 관념과 잘못된 시스템은 항공우주 산업과 미래에너지 사업과 같은 필수 장기산업의 발목을 잡아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며 “국가 인프라나 미래 핵심 전략 산업은 단지 단기간의 수익이나 확률의 문제로만 따질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rextiger’는 이어 “200대가 훨씬 넘는 잠재 수요, 라이선스 경험, KT-1, TAF-50, 각종 기술 이전, FX 연계 사업 등으로 이어지는 발전 라인, F-22, F-35 등의 견제 카드 및 대항마, 국내 투자 활성화 및 적자, 청년 실업 해소, 해외업체의 적극적 제안 등 긍정적 요소들은 모두 모른 체 하고, 그저 단기간에 순이익이 날 것 같지 않으니, 자기들이 혹시라도 책임지기 싫으니, 아니면 자기들 밥그릇 챙기는 게 더 좋고 편하니, 결정을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모른 체 하고 발 빼고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고 국방 당국을 비판했다.

 

                ◇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초음속 기체인 T-50 고등훈련기 ⓒ한국항공우주산업


아이디 ‘언제나청춘’은 KFX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다각도의 분석을 선보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올린 글에서 “KFX의 경제성은 당연히 없다”면서도, “국방이란 투자해서 돈으로 환수되는 곳이 아니다”며 “KFX는 그 상징성에 의미를 두고 KFX2에 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엉뚱한 말을 하자면 돈 없는 공군 삥땅치지 말고 항공우주 산업 외치는 과학부나 산자부에 과감히 개발 예산 달라고 해야 한다”면서 “KFX되면 공군만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위험에 공군만 독박 씌우긴 너무 야박하다”며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KFX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비용 대 효과’ 면에 대해서도, 국방부가 내년부터 양산하기로 한 K2 전차와 현재 시험 운항 중인 KD-3 세종대왕함을 예로 들면서, “비용 대 효과 면에서는 꽝이란 점수를 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KFX가 끝나고 축척된 기술을 가지고 KFX2가 시작될 때는 K1 전차에서 XK2 전차처럼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믿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디 ‘김병기’는 지난달 28일 올린 글에서 “차라리 KFX를 안락사 시키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대미 관계 회복을 바라는 현 정부에게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의 의지가 있는지 어느 면에서도 비관적”이라고 전제하고 “국산 전투기라는 명분과 전략적 가치가 너무나 확연하기에 누구도 이 사업을 죽이지 못하고 어물거리는 사이 정권이 2번 바뀌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버렸다”며 “그 사이 수많은 국방장관·합참의장·공군참모총장·청와대·보좌진 등이 새로 임명될 때마다 KFX 사업보고는 고장난 녹음기처럼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확실한 국가전략적 의지와 비전이 없다면 KFX 계획은 빨리 포기하고 지금까지 간신히 식물인간처럼 생명만 연장해놓은 상태를 연장하지 말고 과감하게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며 “의지는 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세월만 보내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 기회를 놓치면 2050년 이후 우리는 땅을 치고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0일 국방부가 발표한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을 보도하는 각 언론의 기사는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인 K-2 전차(흑표)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된다는 내용으로 요란하게 치장됐을 뿐, 현대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진 공군에 관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지난 1941년의 독-소전 당시 소련은 공군에 대해 ‘육군을 지원해주는 장거리 포대’ 정도로 여기고 있다가 개전 초기 독일군에 의해 괴멸 직전까지 갔었다.


또 지난 1990년대 중반의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의 ‘인종청소’를 막는다며 개입한 미군은 사실상 공군력 하나로 그 사태를 끝냈다. 제1차 걸프전 당시에도 다국적군의 주력인 미군은 본토에서 지상군이 건너오기 전 이미 이라크군의 전투력을 제로에 가깝게 초토화시킨 바 있다.


밀리터니 매니아들로부터 종종 ‘육방부’라는 조롱 섞인 말을 듣는 우리 국방 당국이 ‘효율성’과 ‘비용 대비 효과’라는 핑계에서 벗어나‘KFX’ 의 운명에 대해 이제는 분명히 답해야 할 때다.


[데일리안 유성호 기자](주)이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