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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자력발사 선결조건은 태양로 개발

한부울 2008. 6. 19. 01:33
 

우주선 자력발사 선결조건은 태양로 개발

[세계일보] 2008년 06월 18일(수) 오후 07:36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


1980년대 초 프랑스 리용대학교 뒤피 총장은 구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과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등 우주개발에서 기선은 잡았음에도 우주왕복선 경쟁에서 미국에 뒤진 근본 이유는 대형 태양로 건설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주왕복선의 기본 원리는 값비싼 우주 로켓을 한 번 쓰고 공중에다 버리지 말고 회수해 재사용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우주 비행을 하자는 것이다. 달에 착륙했던 아폴로 우주선을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는 우주선이 대기권에 돌입할 때 생기는 공기 마찰열을 견딜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우주선이 대기권에 돌입할 때 그 기체 앞 부분의 온도는 공기 마찰열로 인해 섭씨 1500도 이상 올라가는데 우주 개발의 초창기 기술로는 고온을 실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차단하는 내열 타일을 만들 수 없었다. 지금의 우주왕복선은 내열 온도가 1500도가 넘는 여러 가지 초내열 타일(도자기 성분의 실리카 타일) 3만개 정도를 부착시켜 열이 우주선 실내로 들어오지 않게 한다.


그런데 이들 초내열 타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주왕복선이 대기권으로 들어올 때 우주선이 받는 내열 온도보다 높은 약 2000∼3000도, 지속시간 3∼5분의 조건에 맞춰 실험해야 한다.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장비가 바로 태양로이다. 미국은 프랑스의 오데이오에 있는 1000㎾급 태양로를 독점 활용하는 계약을 통해 초내열 타일의 성능을 실험할 수 있었지만 구소련은 태양로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우주왕복선에서 가장 중요한 내열 타일 개발에 늦어지게 됐다. 물론 구소련이 7년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우주왕복선을 발사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중요성을 알고 우즈베키스탄에 세운 대형 태양로 덕택이다. 이는 프랑스 오데이오의 태양로를 모방한 것이었다.


지난 4월 우리나라의 이소연씨가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로는 36번째, 우주인으로는 세계 475번째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각종 실험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왔다. 또 우리나라는 현재 위성 발사대를 비롯한 우주센터를 전남 고흥군 봉래면 하내리 외나로도에 건설 중이다. 첨단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면 위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위성을 자력으로 쏘아 올리기 위해서 꼭 필요한 발사장 등을 건설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주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소재를 개발·연구하는 시설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금 선진국들은 앞다퉈 우주산업에 매진하고 있다. 우주 개발을 위한 투자와 연구는 단순한 우주경쟁이 아니다. 우주 개발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달과정은 최첨단 소재의 개발과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창구가 돼 왔고 신소재와 신기술은 정보기술, 첨단 소재산업을 선점하는 기술적 우위를 통해 세계적 신기술산업을 이끌어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첨단 실험장치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기술과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선결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태양로와 같은 대형 연구 시설은 첨단 과학기술국이 아니면 그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 강국을 지향하는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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