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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주한미군사령관, 입양한 손녀와 통일 한국 걷고 싶어

한부울 2008. 5. 31. 14:04
 

벨 주한미군사령관, 입양한 손녀와 통일 한국 걷고 싶어

[한국일보] 2008년 05월 31일(토) 오전 02:41



"숭례문 복원되면 꼭 다시 찾아볼 것"

“한국에서 얻은 손녀 진희가 다음달 15일에 첫 돌을 맞습니다. 한국식 ‘돌잡이’도 할 텐데, 돈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인연으로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버웰 B. 벨(61) 주한미군 사령관이 다음달 3일 이임한다. 그가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미동맹 현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2년4개월의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털어놓았다. 올 초 아들 부부가 입양한 한국인 여아 진희에 대한 얘기는 이날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근무를 결코 잊지 못할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손녀 진희를 얻었다는 겁니다. 진희의 얼굴을 볼 때마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떠올리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보낸 소중했던 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 벨 사령관은 다음달 9일 미국에서 39년 간의 군 생활을 끝내는 전역식을 가진 뒤 “제일 먼저 픽업트럭을 사서 손녀 돌 잔치를 위해 아들 집으로 달려갈” 예정이다.


한국, 그리고 손녀에 대한 애정은 한반도 통일에 이르러 하나로 포개진다. “통일된 한반도에서 지뢰와 철책이 사라진 군사분계선을 따라 진희와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내 생전에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그는 “특히 진희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한다”며 웃었다.


숭례문 화재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그는 “진희와 함께 다시 한국을 찾아 복원된 숭례문을 가보고 싶다”고도 했다. 벨 사령관은 숭례문의 복원을 위해 한국일보사에 1,000달러를 기부하고 이임 기념선물 구입비도 복원비로 기탁해 달라고 주문했었다. 서울시는 이날 벨 사령관에게 감사의 표시로 명예시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사령관 이임식 직후 가장 먼저 할 일을 묻는 질문을 받고,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 테러로 숨진 고 윤장호 하사를 언급했다. 벨 사령관은 “아직 확답은 듣지 못했지만 윤 하사 가족들을 초청해 연합사 내 윤 하사 추모비에 참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벨 사령관은 이날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며 아파치 헬기 부대를 포함한 주한미군 전력을 해외로 차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미 양국 대통령이 합의했듯이 한국에 현 병력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행 중인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부담률을 50%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벨 사령관은 다음달 3일 월터 샤프 신임 사령관에게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의 지휘권을 넘겨준다. 미군 현역 중 최고참으로 알려진 벨 사령관의 이임식을 위해 이례적으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방한한다. 29일 국방부에서 열린 벨 사령관 환송 의장행사 역시 이전과 달리 김태영 합참의장이 손수 주관하는 행사로 격상돼 치러졌다.


벨 사령관은 재임 기간 중 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 평택 미군기지 조성 등 주요 현안을 처리했다. 1979년부터 2년 간 동두천에서 복무하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진성훈 기자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