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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족주의 주역으로 나선 '소황제'들

한부울 2008. 5. 5. 14:22
 

중국 민족주의 주역으로 나선 '소황제'들

[노컷뉴스] 2008년 05월 05일(월) 오전 05:59

 


티베트 사태와 올림픽 성화 봉송 반대 시위를 계기로 중국에서 애국주의 민족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 이 민족주의 바람의 주역은 10대와 20대 젊은 세대들이다. 이들은 1979년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이후 독생자로 태어나 '80후(後)세대'로 불린다. 그동안 중국 사회에서 '80후'세대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았다.


기성세대들은 '독생자녀로 태어나 소황제로 성장한 80후 세대는 고생을 겪지 않아 나약하고, 독생자로 태어나 이기적이며, 국가와 사회,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돼 있다'면서 중국의 장래가 걱정된다는 비판을 해왔다. 실제로 이들은 중국 건국 초기의 어려움이나 문화대혁명 같은 어두운 시기를 지내지 않았고 개혁개방 이후 경제성장의 혜택을 온전히 받아왔다.


이들은 중국의 혁명과 건국의 역사나 공산주의 이론보다는 개혁개방에 따른 부의 추구, 개인적 성공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80후, 90후 세대가 자주 인용되는 것은 소비문화, 기업들의 마케팅 공략대상과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80후 세대는 올림픽 성화 해외 봉송 과정에서 빚어진 반중국 시위 이후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었다.그들은 티베트 독립에 반대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CNN을 비롯한 서방언론의 보도에 대해 논리적으로 항의하며, 메신저의 대화명에 '중국사랑'이라는 첫 머리글을 쓰는 운동을 통해 민족주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해외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은 '올림픽 성화를 수호하고 국가를 지키자'며 대규모 친중국 시위에 집결했다. 파리에서 올림픽 성화가 반중국 시위대에 저지당한 뒤 중국의 유학생 한명이 프랑스인들을 상대로 프랑스어로 20여분간 애국적인 연설을 한 것이 화제가 됐었다. 1982년 생인 리환이라는 이 유학생은 "지금 중국이 어지러워지면 중국은 또다시 1840년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높은 정치의식으로 서방세계가 오판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자"고 강조했다.


중국 국내에서 까르푸에 대한 불매운동 역시 이들 80후 세대들이 주축이 됐다. 이 때문에 젊은 이들이 주고객층인 베이징의 중관춘 지역의 까르푸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80후 세대들은 본격적인 민족교육을 받고 성장한 세대이기도 하다. 또 개혁개방 이후 고도성장을 계속해온 중국의 발전상을 보면서 국가적 자부심 또한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이들은 외국어가 능숙하고 인터넷도 능통하며 해외 사정에도 밝은 만큼 과거 세대와 달리 서방세계를 맹목적으로 부러워하거나 맹목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베이징대 미디어학과 루안이메이 교수는 티베트 사태 이후 서방언론의 왜곡보도와 올림픽 성화 반대시위는 80후 세대가 중국사회의 비주류에서 주류로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시사전문 인터넷 사이트 워화망을 만든 황화는 이번 사건이 80후 세대가 주축을 이룬 네티즌들의 사고 방식을 바꾸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CBS 김주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