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삼한역사/SINA-신중국

서양은 몸, 동양은 정신?

한부울 2008. 3. 14. 16:47
 

서양은 몸, 동양은 정신?

[노컷뉴스] 2008년 03월 14일(금) 오전 08:07


 


화혼양재(和魂洋才)', '동도서기(東道西器)', '중체서용(中體西用)', 이 세가지 말은 사실 다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화혼양재는 일본 개화기에 서양은 물질문명, 일본은 그 혼이 중요하니 서양의 과학만 받아들이고 일본의 무사도는 지키자는 운동이다.


동도서기는 개화기 평안도지역을 중심으로 퍼진 개신교회가 동양은 인생의 길을 제시하고 서양인 그 방법을 알려준다며 선교문구로 쓴 글이다. 중체서용은 청나라 말기에 리훙장 등 개화파들이 중국이라는 중심에서 서양의 좋은 것인 물질문명만 받아들이자는 말이다.


그러나 서양은 물질문명이 제일이요 동양은 정신문화가 앞선다는 말인데 이는 크나큰 착오라고 지적하고자 한다. 인문학의 대가라면 서양고전이 하는 말이 동양의 고전과 통하고 동과 서는 정신에서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어학습에서도 같은 말을 서양인들이 말하는 방식과 동양인이 표현하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말의 틀에 서양어 단어만 맞추는 식이니 돌연변이인 'Konglish'가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말로 '목숨을 바친 순국선혈들 덕에 조국이 해방됐다'라는 말을 'Thanks to the independent movement warriors, our motherland became independent'라고 말하면 그야말로 겉모습인 단어는 영어, 속 알맹이인 문장은 우리말이 된다. 이런 말은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너무 어렵다.


진짜 영어라면 'The independence of our motherland cost numerous lives'라고 하면 더 자연스럽다. 조국광복을 위해 많은 목숨이 희생됐다는 말이다. 'cost'가 '~값이 나가다'라고만 알고 있으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문장과는 영원히 작별이다.


'내 인생에는 오직 진실을 위한 공간밖에 없다'고 말할 때 한국인은 열 중 아홉은 'In my life, there is only a room for the truth'라고 말하지만 영어문장으로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My life has a room only for the truth'라고 하면 훨씬 근사해진다.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는 하나뿐이다. 우리에게 그저 '있다'고 말할 때 영어는 '가졌다'로 번역하면 된다. 서양에서 발달한 자본주의는 소유가 기본요소지만 동양사상은 존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재했건 가졌건 이 두 가지 말은 전부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지칭하니 동서의 정신에 경계는 없고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서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