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본토에서 날아온 해병대와 시가전 '실전 훈련'
[조선일보] 2008년 03월 05일(수) 오전 00:41
1953년 한미 양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후, 한미 군사동맹이 올해로 55주년을 맞았다.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 등을 통해 '혈맹(血盟)' 관계를 맺어온 한미 양국은 최근 들어 변화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특히 군사적 영역을 넘어 문화적·인적 네트워크 형성 등 총체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한미 군사동맹의 현주소와 미래를 살펴본다.
"총구는 절대 문 밖으로 내밀어서는 안된다. 적들에게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즈 종합 훈련장. 미 해병대 1사단 1경(輕)기갑정찰대대 알파중대원들이 한국군 해병대원을 대상으로 시가전 교육을 하고 있었다. 알파중대원 모두 이라크전 참전 경험이 있어 시가전에 대해선 베테랑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2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미 연합 '키 리졸브(KEY RESOLVE)' 및 독수리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캠프 펜들톤에서 민항기편으로 한국에 왔다. 키 리졸브 연습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때 대규모 미 증원군(增援軍)이 효율적으로 투입돼 전장(戰場)에 배치될 수 있도록 매년 미군 병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한반도로 옮기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번 연습에 참가한 미 해병대 1사단 소속 장병은 272명. 모두 미 캘리포니아와 오키나와에서 C-17 등 군 수송기나 민항기 등을 타고 왔다. 지금까지 한미 연합 연습에 참가한 미 해병대는 주로 오키나와 기지 소속이었고, 미 본토에선 극소수만 날아왔다. 그러나 이번엔 처음으로 7연대 본부와 연대기(旗)까지 한국에 와 유사시 한국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날 오후엔 미 해군 FA-18 전투기 2대가 날아와 가상 적진(敵陣)에 연습 폭탄을 투하했다. 이와쿠니 주일 미 해병대 기지에서 출동한 전투기였다. 이튿날 미군은 구경 120㎜ 주포를 장착한 미군 주력전차인 M1A1 전차, LAV 장갑차, 수륙양용장갑차(AAV)까지 동원해 건물 내의 적을 소탕하는 시가전 시범을 보였다. 이들 무기는 주한미군 것이 아니다. 괌·오키나와 등지의 대형 선박에 실려 있다가 출동명령 4일~1주일 만에 진해항에 도착, 하역된 뒤 트럭과 철도로 포천까지 이동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때 싸우는 미군 주력부대는 주한미군이 아니라 미 본토와 오키나와, 괌 등 태평양 지역에서 파견된 미군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7연대장 맥코이 대령은 "전쟁이 일어나면 병력은 미 본토에서 항공기 등을 통해 신속하게 한반도에 도착하고 장비는 가까운 해상 전단(戰團)에서 가장 빠르게 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습에선 한미 연합 특수부대가 전례 없는 훈련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지난달 26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미 크루즈(순항)미사일 탑재 핵추진 잠수함 오하이오(1만8750t급)에서 한미 양국의 특수부대원들이 특수 잠수정 ASDS를 이용해 적 해안에 침투하는 훈련을 한 것이다. 훈련에 참가한 특수부대원들은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로 꼽히는 미 해군의 '실(SEAL)'팀과 한국군 특전사 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16명을 태울 수 있는 ASDS는 미군이 모두 6척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특수 무기다. 오하이오 선체 위의 격납고에 최대 2척이 실려 있다가 발진한다. 잠수함과 잠수정은 발견이 어려워 가장 무서운 특수부대 침투 수단이다.
더그 크라우더(Doug Crowder) 미 7함대사령관(해군중장)은 "오하이오가 한미연합사 주관 연습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양국 해군 간의 우호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군 소식통도 "한국군 특수부대가 이런 대형 미국 핵잠수함에서 수중 침투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양국 특수부대는 전면전뿐 아니라 북한 정권 붕괴 등 북한 급변(急變)사태 발생 시에도 북한 지역에 침투, 작전을 벌이도록 돼 있어 융통성이 큰 '전략무기'와 같은 존재다. 오하이오는 최대 66명의 특수부대원을 태울 수 있다. 오하이오가 한반도 미 증원전력에 처음으로 포함됨으로써 유사시 한미 양국군은 오하이오에 실려 있는 154발의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외에 매우 강력한 특수부대 침투무기를 갖게 된 것이다.
지난달 28일엔 군산 미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주한 미 공군 소속 F-16 전투기에서 AIM-9X 공대공(空對空)미사일이 훈련 중 발사됐다. AIM-9X는 미 공대공미사일 중 최신형으로 주한미군에 최근 도입된 것이다. 미군은 이에 앞서 군산기지에 배치된 구형 F-16(블록 30형)을 알래스카주 에이엘슨 공군기지에 있던 신형 F-16(블록 40형)과 맞바꿔 배치, 신형으로 교체했다. 주한미군의 특수부대 침투용 헬기인 MH-47E도 MH-47G형(型)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앞으로 한반도 유사시 미 지상군 지원규모는 줄어들겠지만 해·공군 지원의 경우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창수 박사는 "이번 한미 연합 연습에서 미군이 신무기나 훈련장면을 많이 공개하는 것은 한국 내에서의 '한미동맹 악화' '주한미군 전면 철수' 우려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도 미측이 질적으로 향상된 해·공군 증원전력을 선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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