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軍

한숨 나는 최첨단 마일즈사업

한부울 2007. 10. 31. 14:22
 

'한숨 나는' 최첨단 마일즈사업

[한국일보] 2007년 10월 22일(월) 오전 00:25

 
국방부, 장비결함 알고도 계약 강행 의혹
총알 한발로 여러명 사상… 곡선포는 직선으로 날아가


육군이 군 전투력 향상을 위해 3,000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은 과학화전투훈련장(KCTC)의 대대급 마일즈(MILESㆍ다중통합레이저교전장비) 주요 장비가 결함투성이라는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곡선으로 가야 할 포탄이 직선으로 발사되고, ‘1발에 1명’만 피해를 줘야 하는 개인화기가 2명 이상에게 피해를 입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육군과 국방부는 이런 결함을 알고도 장비 제공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의혹이 일고 있다.

21일 육군이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이 2005년 강원 인제ㆍ홍천 일대에 마련한 과학화전투훈련장(KCTCㆍKorea Combat Training Center)에서 사용 중인 대대급 마일즈의 핵심 장비인 K-201 유탄발사기, K-4 고속유탄발사기와 적군 장비인 투척기, 30mm 고속기관총 등은 현재 모두 직선으로 발사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전투에서 이들 무기는 은폐ㆍ엄폐 지역에 있는 적을 향해 곡선으로 발사되며, 대대급 마일즈 군 요구도(ROC)와 군이 사용 중인 야전 교범 역시 곡사 묘사가 가능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공 의원 측은 “현재 전투훈련장에서 이 무기들은 직선으로 나가는 다른 소총처럼 잘못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등 실제 전투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공 의원 측은 육군이 장비의 이 같은 결함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2000년 8, 9월 육군은 S사와 장비제공업체 R사가 사업제안서를 통해 ‘장비가 직선으로 나가는 레이저를 쓰기 때문에 곡사 묘사가 안 된다’고 ‘고백’한 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자 같은 해 12월 이들 업체와 최종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업체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고치지 않았는데도 육군 형상변경위원회는 2004년 직선으로 발사되는 이들 화기에 대해 기술 변경을 승인해 줬다는 게 공 의원측 주장이다. 특히 R사는 연구개발비 130여 억원을 받고서도 이 문제점을 고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대대급 마일즈의 K-1, K-2 소총 및 K-3 기관총은 1발에 1명만 피해를 입히는 실제 화기와 달리 1발에 2명 이상의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 의원측은 “당초 군 ROC에는 1발에 1명만 피해를 입도록 했는데 갑자기 ‘70㎝ 이내에서는 2명 이상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며 “멀쩡한 사람까지 죽이는 치명적 결함을 알고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ROC를 바꾸는 편법을 썼다”고 지적했다.

공 의원은 “더 큰 문제는 훈련장에 상주하는 대항군들이 이런 결함을 이용해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 아무리 뛰어난 훈련병들이 가도 백전백패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육군이 추진하는 여단급 마일즈 사업 등 군의 훈련 과학화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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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화전투훈련장(KCTC)과 대대급 마일즈


육군이 2,900억원을 투입, 2005년 문을 연 KCTC는 강원 인제ㆍ홍천 일대 1억1,824만8,466㎡(3,577만평) 부지에 위치해 있다.

레이저 발사기 및 감지기를 착용한 아군과 적 복장을 한 전문 대항군이 레이저 총탄과 포탄을 쏘며 가상전투를 하면 관련 자료는 실시간 훈련통제본부 컴퓨터로 보내진다.

K-1 소총은 물론 K1A1 전차 등에도 레이저 발사기와 감지기가 달려있다. 레이저를 맞으면 사망ㆍ부상자로 간주된다. 육군은 2009년~2013년까지 약 2,000억원의 추가 예산으로 대대급 훈련 체계를 여단급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


박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