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삼한역사

1300년 만에 햇빛 본 '신라의 얼굴' 1300년 만에 햇빛 본 '신라의 얼굴'

한부울 2007. 9. 11. 12:20
 

1300년 만에 햇빛 본 '신라의 얼굴' 1300년 만에 햇빛 본 '신라의 얼굴'

[중앙일보] 2007년 09월 11일(화) 오전 05:16


[중앙일보 권근영. 송봉근] 지난 5월 경주 남산에서 발굴된 마애여래입상(높이 6m20cm, 가로 2m50cm, 두께 1m90cm.왼쪽 작은 사진)의 전체 모습이 10일 공개됐다.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은 만든 지 얼마 안 돼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땅에 묻혀 우뚝한 콧날을 비롯한 얼굴 형태가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경주=송봉근 기자]

거꾸로 쓰러진 70t 바윗돌을 가리고 있던 흰 천이 벗겨졌다. 경주 남산 열암곡(列岩谷) 450m 고지 8부 능선에 엎어져 있는 마애여래입상의 상호(相好.부처의 얼굴)와 전체 모습이 10일 오후 공개됐다.

날렵한 얼굴이 평온해 보였다. 1300여 년간 한결같았던 표정이다. 5m가 넘는 대규모 불상인 데다 얼굴이 완벽한 상태로 보존돼 있어 가치를 높였다. 이마로 바윗돌을 받치며 쓰러져 있었던 덕에 풍화를 입지 않았다. 특히 우뚝한 콧날은 암벽 바닥에서 단 5cm 떨어져 있어 아슬아슬하게 보존돼 왔음을 그대로 보여 줬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다들 기적이라고 했다. 5월 말 얼굴을 흙 속에 묻은 채 발견됐을 때만 해도 쓰러질 때의 충격으로 머리가 훼손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당시에는 불상의 세부 윤곽을 거의 확인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이날 남산 열암곡 현장에서 불상을 공개하고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 등 불교계 인사를 초청해 친견 법회를 열었다. 연구소에서는 발견 후 꾸준히 흙을 파내 얼굴, 불상의 가슴 및 어깨 모습을 확인했다. 암반층에 45도 경사로 엎어져 있어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기어 들어가다시피 해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연구소는 불상을 새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화강암 받침이 붕괴, 불상을 새긴 면이 땅에 묻힘으로써 완벽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불상은 초대형(약 250×190×620㎝) 화강암에 높이 돋을새김한 고부조(高浮彫)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4m60cm, 발아래 연화 대좌가 100cm로 전체 높이가 5m60cm에 이르는 대형 마애불이다. 육계(부처의 정수리에 불룩 솟아오른 부분)가 높고 민머리며, 타원형의 얼굴 길이만큼 큰 귀가 평면적으로 처리돼 있는 등 특이한 모양이어서 주목된다. 어깨는 넓고 가슴은 당당하게 펴고 있으며 두 발은 좌우로 벌리고 서 있다. 4등신으로 몸에 비해 머리가 크게 표현된 편이다. 사람이 우러러 볼 때의 비례감을 고려해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불상을 친견한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은 반야심경을 독송한 뒤 "1300년 만에 부처님을 뵌 감회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불과 5㎝ 차이로 부처님의 얼굴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이 놀랍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금 모습을 보이신 것은 참으로 상서롭고 복된 일"이라고 말했다.


경주=권근영 기자사진=송봉근 기자

"치켜 올라간 눈, 통통한 볼 … 8 ~ 9세기 추정"

경주 남산은 '노천 박물관'이다. 남북 8㎞, 동서 4㎞ 크기의 이 산에서는 그간 200여 개의 불상과 탑이 발견돼 절터만 150여 곳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신라 석불의 분수령을 그을 중요 문화재가 또 하나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열암곡 마애여래입상을 통일신라 후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략 8세기 후반~9세기 초반께다.

10일 불상을 관찰한 동아대 정은우 교수는 "이 불상은 5m가 넘는 거대 석불임에도 양감이 매우 강조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옷주름과 다리 등 아랫부분이 단순화 돼 있어 마치 땅속에서 불상이 솟아나온 듯한 느낌을 살렸다"며 "이 단순화된 아랫부분이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초반 불상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덕성여대 최성은 교수도 "이 여래입상은 눈이 치켜 올라가 있고 볼에는 살이 많으며 옷 주름이 널찍널찍하게 새겨져 있다. 얼굴 모양과 옷 주름 표현, 양쪽으로 벌린 발 모양으로 봐 통일신라 후반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흔치 않은 수인(手印.손모양)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왼쪽 손등을 바깥으로 하고 손가락은 가지런히 펴서 가슴 위에 얹었으며, 오른손 역시 손등이 바깥으로 향한 채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감싸고 네 손가락을 가지런히 하복부에 대고 있는 형태다. 영남대 임남수 교수는 "드문 경우이기는 하나 열암곡 불상과 같은 수인을 취한 불상은 주로 산지에서 발견된다"며 "특별한 영력을 갖춘 서상(瑞像)으로 조성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권근영 기자

◆마애불(磨崖佛)=암벽이나 동굴을 뚫고 그 안에 새긴 불상. 한국을 비롯해 인도. 중국. 일본 등에 퍼져 있다. 국내에서는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의 마애삼존불과 태안의 마애삼존불이 유명하다. 경주 남산에선 지금껏 50여 개 이상의 마애불이 발견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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