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도 한국, 한국행… 점유율 늘고 기업사냥 활발
[중앙일보] 2007년 08월 23일(목) 오전 04:27
[중앙일보 진세근.장세정.김창우.최준호.한애란]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2004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브랜드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와인셀러 분야에선 국내시장 점유율 1위다. 또 에어컨과 LCD TV 등의 매출이 매년 두 배로 늘고 있다. 중국 1위의 컴퓨터 업체 레노버 역시 '씽크패드' 브랜드에 이어 지난해부터 자체 브랜드의 노트북을 출시하며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산 부품. 소재 수입도 급증하는 추세다. 2009년이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부품. 소재 최대 수입 대상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부품. 소재 수입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7.7%에서 2006년 20.3%로 커졌다.
중국산은 임금. 환율 등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고, 다국적 부품. 소재 기업들의 중국 진출에 따라 품질도 크게 향상돼 국내 수출 기업의 새로운 부품 조달 창구로 환영받고 있다. 이승신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수출과 상관관계가 높은 중국 부품. 소재 수입은 2001년 이후 연 평균 20% 이상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한국 기업 인수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BOE 테크놀러지가 2003년 하이닉스의 LCD 분야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3억8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상하이자동차(SAIC)는 2004년 10월 쌍용자동차를 5900억원에 사들였다. 본계약 직전에 무산됐지만 중국 석유회사 시노켐이 두 차례나 인천정유(현 SK인천정유) 인수에 나섰던 것이나 대우일렉의 인수자로 하이얼이 거론되는 등 한국 기업 인수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삼성이나 LG처럼 자체 기술을 키우기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선진 기술을 단번에 흡수하는 쪽을 선호한다"며 "중국의 경제력이 강해질수록 한국 기업에 대한 사냥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기술력 또한 빠르게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은 최근 자료에서 일반 소비재부터 MP3 플레이어 등 저가 디지털 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3년 후인 2010년엔 이동통신 장비, LCD와 PDP 등 디지털 TV, 철강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중국의 한국 따라잡기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 베이징=진세근. 장세정 특파원, 이경란 일간스포츠 기자, 서울=김창우.최준호.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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