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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협력기구 대규모 합훈…중·러, 美 겨냥 무력시위?

한부울 2007. 8. 2. 22:48
 

상하이협력기구 대규모 합훈…중·러, 美 겨냥 무력시위?

[경향신문] 2007년 08월 02일(목) 오후 06:17


오는 9일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훈련에 참가할 6개 회원국 병력 대다수가 1일 훈련장인 러시아 우랄 산맥 기슭의 첼랴빈스크에 집결했다.

‘2007년 평화 임무’라는 이름이 붙은 훈련의 참가 병력은 총 6500명. 러시아는 볼가·우랄 군구 소속의 최정예 부대인 제34 경보병 사단을 주축으로 4700명이 참가한다. 중국은 란저우(蘭州)군구 예하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주둔 병력을 중심으로 육군과 공군 등 1600명을 보냈다. 이밖에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각 100명 이하의 병력을 파견했다.

이번 훈련은 2005년 중국과 러시아가 중국 산둥(山東)반도에서 ‘2005년 평화 임무’라는 첫 연합훈련을 한 데 이어 두 번째지만,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기로는 2001년 SCO 창설 이후 처음이다.

연합훈련은 테러 분자가 점령한 도시에서 인질을 구출하며, 테러 분자의 지원세력을 분쇄하는 내용의 시나리오로 전개된다. 훈련은 오는 9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인 우루무치에서 도상 훈련으로 시작한다. 11일부터 러시아 첼랴빈스크로 장소를 옮겨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훈련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6개 회원국 대통령이 전원 참관한다. 마지막 날 훈련 과정은 전 세계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중국은 외국에서 열리는 훈련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외국에서 열리는 군사훈련에 참관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8대의 젠(殲)-7기 전투기와 4대의 일류신 76 수송기를 보내는 등 46대의 공군 전투기와 수송기를 현지에 보냈다. 육군 항공부대 소속 미-17 수송 헬기 16대, 지-9 무장 헬기 16대 등 32대의 헬기도 훈련에 참가한다. 중국 공군이 해외에 파견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훈련이 중앙아시아 지역의 테러 활동을 분쇄하기 위한 목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대테러국 블라디미르 치크비시빌리 국장은 “SCO 회원국들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심각한 안보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번 훈련은 회원국들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지상군 사령부 블라디미르 몰텐스키 부사령관(중장)은 “이번 훈련이 제3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테러 작전치고는 병력의 규모나 전투기 등 동원되는 무기 수준이 범상치가 않다. 안드레이 골로보추크 러시아 국방위원은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나토(NATO) 및 미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이 SCO의 세 과시라는 서방의 의심을 확인시키는 언급이다. 그는 “러시아는 세계에서 미국이 멋대로 독주하는 것을 차단하길 바란다”며 “과거엔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나토에 대항했으나 지금은 SCO가 나토에 맞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훈련을 통해 미국을 겨냥해 ‘우리는 남을 위협하거나 침략할 의도는 없지만 남도 우리를 위협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