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軍

[국기에 대한 맹세]

한부울 2007. 7. 7. 22:51
 

[국기에 대한 맹세]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몸과 마음을 바쳐' 문구, 애국심 강요한다고?

[조선일보] 2007년 07월 07일(토) 오전 00:35


‘국기에 대한 경례’ 의식을 할 때 낭독되는 현재의 ‘국기에 대한 맹세’ 문안을 대체할 수정안이 6일 결정됐다. 하지만 “기존 것도 좋은데 왜 바꾸려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찮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현재 한국과 미국(Pledge of Allegiance)에만 있다.


수정안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 합니다’이다.


행정자치부는 이날 수정 문안을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안)’으로 입법 예고했으며,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27일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수정 문안은 행자부가 구성한 ‘국기에 대한 맹세문 검토위원회’가 지난 6월 13일 이후 6차례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 검토위원회는 철학자·윤리학자·헌법학자·국문학자·문인 등 9명으로 구성됐다.



◆ 수정 의도 논란


수정 문안의 핵심은 ‘조국과 민족’ ‘몸과 마음을 바쳐’가 빠지고,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들어간 점이다.


이에 대해 신용하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는 “‘조국’이 ‘대한민국’으로 대체된 건 무리 없지만, ‘민족’이 빠진 건 섭섭하다”고 말했다. 김원모 단국대 명예교수는 “민족의 정체성을 부정하려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자유·정의를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라 주장하는 것 같은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정권 말기에 굳이 바꿀 게 아니라 문제 제기만 해놓고 다음 정권에 넘기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는 “내용에 결정적 문제는 없으나 건국·헌법 등 기존 대한민국 가치를 폄하해온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많은 학자와 시민들은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진 맹세문이어서 없애려다 반대가 많자 할 수 없이 절충해 일부만 바꾸려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에 대해 검토위원회 이한구 위원장(성균관대 철학과 교수)은 “민족을 강조하면 폐쇄적·배타적 민족주의가 연상돼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아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토위원회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애국심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없애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유’ ‘정의’란 단어를 넣었다고 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인 ‘자유’와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이기에 충성한다는 설명이다. ‘몸과 마음을 바쳐’라는 문구도 그래서 뺐다고 했다. ‘자랑스런’은 맞춤법상 맞지 않아 바꿨다.


◆ 좌·우파 대립적 시각에서 논란 시작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수정된 건 국회에서의 좌·우파 대립적 논쟁이 발단이었다. 이 맹세는 1972년 당시 문교부가 학생교육의 일환으로 도입했고, 1984년 대통령령으로 규정됐다. 그러던 중 2004년 6월 이상배 의원(한나라당)이 “대부분 국가가 국기 관련 사항을 법률에 넣었고, 독일·프랑스는 헌법에 넣었으니 우리도 최소한 법률로 만들자”며 ‘대한민국 국기법’을 발의했다. 그러자 그해 9월 홍미영 의원(열린우리당)이 비슷한 국기법안을 발의하며 ‘국기에 대한 맹세’는 폐지하자는 내용을 담았고, 이후 국회에서 논란이 됐다. 국회 행자위가 작년 11월 연 공청회에서도 진보·보수 측 인사들이 논쟁을 벌였고, 결국 맹세문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담기로 결정했다.


박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