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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어렵다고 흑표사업 축소 안된다

한부울 2008. 12. 15. 14:07
 

경제 어렵다고 흑표사업 축소 안된다

[데일리안] 2008년 11월 20일(목) 오전 08:21


이명박 정부의 국방 정책에 대해 밀리터리 매니아를 비롯한 네티즌들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차기 한국군 주력 전차인 K-2 전차 일명 ‘흑표’가 그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19일 오전 <세계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차기 전차 ‘흑표’ 사업, 600대서 390대로 축소”라는 이름의 기사다.


흑표전차 양산 줄여서 중고 아파치 산다?


<세계일보>는 이 기사에서 “군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내년부터 시작되는 차기 전차 ‘흑표’의 신규 양산 사업 예산과 생산 대수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며 “대규모 무기 도입 또는 양산 사업 예산을 군 스스로 삭감하기는 매우 드문 일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국방부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차기 전차 흑표의 총 생산대수는 당초 600여대에서 390여대로 크게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대신 합참은 전체 양산 예산과 대수를 줄이는 대신 2011년과 2012년 45대씩 모두 90대를 생산할 예정이던 흑표전차를 2011년 45대, 2012년 60대로 늘려 모두 105대를 조기 생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차세대 한국 육군의 주력 전차가 될 K-2 일명 ´흑표´ 전차 ⓒ 국방과학연구소


그러나 내년도 국방예산안 28조 6379억 원 중 ‘방위력 개선사업비’는 8조 5954억 원으로, 이 중 흑표 전차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44억 원에 불과하고 육군의 핵심 전력 증강 사업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다소 의외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세계일보>는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삭감된 예산이 미 육군의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사업으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아파치헬기 1개 대대가 내년 3월 미국으로 옮겨가 아프가니스탄으로 차출되는 만큼 미 육군의 중고 아파치 헬기 구매가 가시화될 것이고, 국방부로선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에 따른 1조 원대 예산 확보 차원에서 흑표 전차 양산 전체 예산과 대수를 대폭 줄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연합뉴스>, YTN 등이 후속 보도를 하기 시작했고, 이를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국방부 성토 대회’를 방불케 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북한군에 비해 지나치게 고성능’이어서 도입 안된다고?”


또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도 자신의 홈페이지인 ‘유용원의 군사세계’에 올린 칼럼에서 국방부의 이 같은 방침을 비판했다.


유 전문기자는 글에서 “실제로 방산업체가 가진 고용창출 및 산업파급 효과는 적지 않다”면서 그 예로 “K-9 자주포의 경우 91개 협력업체에 관련 종업원은 8만 3000여 명이고, 차기 전차 흑표는 4만 2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경제가 나빠짐에 따라 방위산업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군 전력증강 예산 증액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된 데다, 국회에서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러 사업들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전문기자 국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사안들 중 차기 전차 흑표, 차기복합형 소총 XK-11 등을 거론하면서 “(논란을 빚는) 이유는 ‘북한군 무기에 비해 지나치게 고성능이고 비싼 무기를 굳이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과 ‘일부 부품의 국산화 지연’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적었다.


유 전문기자는 이어 “문제는 사업 연기로 국산무기 양산이 지연될 경우 수출 추진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보통 무기수입국들은 수출국들의 군대에서 해당 무기를 쓰고 있느냐를 유심히 살펴본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즉, “우리 군이 사용하지 않고 있거나 도입을 지연할 경우 ‘당신들 무기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군 구매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군의 방만한 예산운용을 견제해야 할 국회가 일부 사업들의 예산을 삭감하거나 증액하는 것은 의무이자 고유의 권한”이라면서도 “하지만 사업 자체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수출지원, 국내경제 활성화 등 정책적 고려요소도 높은 우선순위에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의 방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네티즌들 “세금 도둑만 잡아도 흑표 1000대는 만들겠다”

 

◇ 차세대 한국 육군의 주력 전차가 될 K-2 일명 ´흑표´ 전차가 국방부의 양산 예산 삭감 방침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 대한민국 육군


유 전문기자의 이 글은 곧바로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큰 반향을 얻었다. 김 모씨는 “북한군에 비해 지나치게 고성능, 할 말을 잃었다. 대한민국 국군이 뭐 북한군 사병들 때려잡는 데만 투입되어야 할 군대냐”고 비난했고, 권 모씨는 “한나라당이 보수우파라면 국방력 강화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야할 텐데, 오히려 국방비를 대폭 삭감했다”며 “또한 일본과 중국과의 분쟁을 예상한다면 보다 강력한 무기를 갖추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북한한테만 큰소리치고 주위 강대국한테는 무릎을 꿇을 생각을 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장 모씨는 “여기저기 줄줄이 새나가는 세금도둑만 잡아도 흑표 1000대는 만들겠다”고 꼬집었고, 이 모씨는 “유가환급금 따위 안 받아도 좋으니 저런 돈은 깎지 말라”고 비판했다.


진 모씨도 “적보다 더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는데 어쩌자고 ‘적에 비해서 지나치게 고성능 무기’라는 말을 하고 있는지 우리나라 국회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어이없을 뿐”이라고 정치권을 비난했다.


문 모씨는 “예산 늘여야 할 곳은 줄이고 줄여야 할 곳은 늘이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 쓸데없는 공무원 접대비에다가 해외 연수비 같은 거만 빼도 예산 남아돌겠다”며 “연예인 응원단이나 몇 억 원 들여서 만들지 말고 진짜 신경써야 할 곳이나 신경 쓰라”고 지적했다.


“흑표 예산 삭감 방침은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일 것”


반면 국방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방 관련 시민단체인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신인균 사무처장은 19일 <데일리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흑표는 ‘국방계획 2020’에 의해 생산됐는데 그 국방계획 2020은 애초에 무리가 있던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가 1년에 7%씩 성장하는 것으로 계산해 국방예산 역시 1년에 9~11% 증액한다는 가정 하에 세운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신 사무처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가 내년에 고작 3% 성장한다는 예상이 있다”며 “원래 목표했던 흑표 생산을 위해서는 국방예산을 내년에 15% 이상 올려도 못한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며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 국방부가 차기 전차인 ´흑표´의 양산 예산을 줄이는 대신 미국제 중고 아파치 헬기를 도입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주한 미군 소속의 최신예 롱보우 아파치 헬기. ⓒ 자주국방네트워크


논란의 핵심인 ‘중고 아파치헬기 도입을 위해 차기 전차 양산을 줄이려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신 사무처장은 “최근 주한 미군 소속의 아파치 1개 대대가 이라크로 간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그렇다면 결국 1개 대대만 남게 되는데 원래 주한 미군의 아파치 대대는 강화도·한강 하구 등에서 북한의 공기부양정 침투를 방어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가, 최근 한국군에 그 임무가 이양됐다”며 “현재도 공격헬기가 낡고 노후한데다 그나마 숫자도 적어서 안보 불안요소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군다나 미군 헬기까지 간다면 아파치 급의 헬기를 도입해야 하는데 부족한 예산에 그것이 급하다고 해서 해군·공군 예산을 쓸 수 없다”며 “만약 차기 전차 흑표의 양산 예산을 줄여서 중고 아파치를 도입한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건 육군의 입장에서 급한 둑을 막는 자구책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사무처장은 다만 “헬기 간의 성능과 가격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국산이 좋다”면서 “하지만 한국형 헬기사업의 주력 헬기는 유로콥터사의 타이거 헬기였는데 이 기종은 아파치와는 체급이 다르다. 아파치가 헤비급이라면 그건 웰터급에 불과하다”며 “도입을 하든 자체 양산을 하든 최소한 아파치 급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데일리안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