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600년 전 이 가족에 무슨 일이…

한부울 2008. 11. 21. 15:43

4600년 전 이 가족에 무슨 일이…

[세계일보] 2008년 11월 18일(화) 오전 11:54

 

 

사진1


2005년 8월 독일 율로 지역에서 네 남녀의 유골이 발견됐다(사진1). 추정 연대는 4600년 전. 이들은 모두 몸을 웅크린 채 둘씩 짝지어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3년여의 연구 끝에 연구팀은 이들이 ‘인류 사상 최고(最古)의 핵가족이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고 결론내렸다.


호주 애들레이드대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신석기시대가 저물어가기 시작한 기원전 2000년경, 이 가족은 무슨 이유에선지 마을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사람들은 네 식구를 향해 돌도끼를 들고 달려들었다. 아빠는 큰아들을, 엄마는 작은아들을 품에 안고 보호하려 애쓰지만 이내 모두 죽고 만다. 분이 덜 풀린 마을 사람들은 시체를 옮기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일가족을 흙으로 덮어버린다.


이렇게 해서 460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엄마와 아빠의 뼈에는 곳곳에 깊은 상처가 패 있었고, 척추에는 부싯돌 조각이 박혀있었다.


볼프강 하크 애들레이드대 교수는 “죽음의 순간에 이들이 강한 가족애를 보여줬다는 건, 연대가 매우 강한 핵가족을 이루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현재로서는 핵가족의 시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치아의 DNA에서도 추가 정보가 나왔다. 이 여성은 이 지방 사람이 아니라 다른 마을에서 시집을 온 것으로 밝혀졌다. 신석기시대 혈연을 매개로 한 씨족공동체가 형성돼 그 내부에서는 결혼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학설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사진2


이들과 함께 발견된 또 다른 세 구의 유골(사진2)은 DNA와 누워있는 모습 등을 분석한 결과 9살, 10살 된 연년생 자매와 계모 관계로 추정됐다. 성인 여성을 계모로 결론내린 데 대해 연구팀은 두 자매와 성인 여성 간 유전 정보가 너무 다르고, 이 여성이 두 자매와 반대 방향을 보고 누웠다는 점을 꼽았다.


윤지로 기자 세계일보&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