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强國 대한민국, 과학인재가 만든다
[매일경제] 2008년 09월 23일(화) 오후 03:42
◆과학자, 과학을 말하다 /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현대그룹 창업자 고(故) 정주영 회장은 98년 소떼를 몰고 꿈에 그리던 고향, 방북 길에 올라 분단 이후 굳게 닫혀 있던 북한의 빗장을 열어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초석을 다졌다.
그리고 2008년 4월 한국 최초 우주인이 된 이소연 박사는 도전을 통해 단순히 한 소녀의 꿈이 아니라 우주로 향한 대한민국 5000만명 국민의 꿈을 이뤄냈다. 이들은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해 보여도 마음 속 깊이 원하고 또 도전하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렇듯 세계 속으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것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으면서 이 땅에서 꿈을 갖고, 도전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었다.
◆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발자취
대한민국 도전의 역사 앞에 우주개발도 빼놓을 수 없다. 우주개발은 시대의 변화만큼이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우리는 지난 4월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으로 유인우주탐사의 영역에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했다. 위성분야에서는 1992년 '우리별 1호' 위성 최초 발사, 1999년 다목적 실용위성 1호 발사, 2006년에는 1m급 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한 다목적 실용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바 있다.
다목적 실용위성 2호 발사 성공은 아직 미국 러시아 등 일부 강대국에 국한된 우주개발 경쟁대열에 합류한 것을 의미한다. 이 위성 개발을 통해 이제 우리도 상당 수준의 위성 독자개발능력을 갖추게 됐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고해상도 한반도 영상의 확보도 가능해졌다.
현재 위성분야에서는 정지궤도에서 통신시험, 해양탐사 및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할 통신해양기상 위성, 전천후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한 다목적 실용위성 5호, 고정밀 전자광학 카메라를 탑재한 다목적 실용위성 3호 등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이 위성들은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발사될 예정이다.
위성 개발만큼 중요한 것은 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체의 개발이다. 발사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위성을 언제든지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 분야 기술은 우주개발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최초 우주 발사체인 소형위성발사체(KSLV-Ⅰ)를 내년에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9번째로 우리의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위성을 우주에 올리는 의미가 있다. 이제는 우리도 우주독립국으로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우주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우주발사체 발사는 신기술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력을 신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 지금이야말로 과학인재가 필요할 때
하지만 이런 화려한 우주개발의 뒤에는 장기간의 개발기간과 막대한 투자규모, 실패의 위험성 등 다른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많은 제약조건이 따른다. 따라서 대부분 선진우주국가들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국가 주도의 정책을 펼쳐가고 있다.
한국은 우주개발을 위한 소요인력을 현재 1600명 규모에서 2016년에는 총 360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충족시켜 줄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한민국 과학기술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과연 무엇이 우수 인재들을 과학기술계로 향하는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드는 것일까? 지난 50년간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제 강국 반열에 올라선 배경에는 뛰어난 두뇌와 세계 최고 손재주를 갖고 청춘을 바친 수많은 과학기술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심화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문제는 우리 사회의 우려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인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고임금의 선진국 경제에 진입한 지금은 새로운 기술, 창의적 기술, 세계일류기술이 아니면 더 이상 세계와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정말 우수한 과학기술인재들의 꿈과 도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 달로 가는 대한민국
지난해 9월과 10월. 일본과 중국은 겨우 한 달 차이로 각각 달 탐사위성인 가구야와 창어(嫦娥)를 잇달아 발사해 앞으로 펼쳐질 치열한 우주경쟁을 예고했다.
일본은 1년간의 가구야 탐사 결과를 토대로 2013년 달에 착륙선을 보내 암석 샘플 등을 채취할 계획이다. 올해 초에도 일본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별도의 실험동(모듈)을 설치하는 데 성공해 본격적인 우주 개발의 서막을 올렸다.
창어 역시 달의 상공에서 1년간 궤도를 선회하며 달 표면의 영상 등을 지구로 전송하게 된다. 이를 통해 중국도 2012년에는 달 착륙선, 2017년에는 달을 왕복하는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달 중 세 번째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神州) 7호를 발사할 계획을 세우고 다시 한번 우주강국임을 증명할 태세다.
이에 맞춰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는 2020년 달궤도선, 2025년 달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달 궤도선을 내년 발사할 KSLV-1에 이어 개발될 한국형 발사체 KSLV-2를 이용해 2017년쯤 이후에 자력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우리가 달 탐사선을 달에 보내게 된다면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세계 우주 7대 강국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력은 국익을 지키는 가장 큰 열쇠이자 희망이다. 진실로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희망의 기적을 일궈 이제는 지구를 넘어서 달로 또 그 너머까지도 우리의 꿈을 확장해야 할 때다.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이 말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1세기는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백홍열 원장은?
△서울대학교 응용물리학 학사 △코넬대학 응용물리학 석사ㆍ박사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및 실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응용그룹장 및 우주응용센터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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