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파문에 국제 학술대회 개최지도 변경
[연합뉴스] 2008년 08월 06일(수) 오전 10:18
'일본→한국' 변경 통보에 '국제적 신뢰 손상' 비판도
일본 정부의 중학교 사회교과서 해설서 독도 일본 영유권 명시 결정으로 한일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 학술대회의 개최지가 행사한달 반가량을 앞두고 한국으로 전격 변경됐다.
6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아시아태평양지역 한국학 국제학술회의, 유럽 한국학회 등 7개 기관.단체가 주최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일본 규슈(九州)대학 한국연구센터가 주관하는 '제4회 세계한국학대회'가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규슈대학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번 대회는 '세계와 소통하는 한국학'을 주제로 내세워서 첫날 환영 만찬에 이어 둘째날 개회식과 분과회의, 셋째날 분과회의 및 폐회식을 거쳐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일본 문화유적 답사도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 대회 한국 측 사무국은 최근 세계 각국 참석 예정자들에게 이메일 등을 통해 "불행하게도 독도 문제에 따라 한국과 일본 사이에 예상치 못했던 난기류가 형성돼서, 이번 대회가 예정대로 개최되지 못하게 돼서 유감이다"면서 개최지를 규슈대학에서 한국으로 변경한다고 통보했다. 사무국측은 "이번 결정은 쉽게 결정한 것이 아니라 신중한 논의를 거친 뒤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참석 예정자들은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이 참석키로 하고 장소와 시간까지 정해진 국제회의를 참석 대상자들의 사전 양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한국 측의 국제적인 신뢰도를 손상시키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주최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한국학대회는 전 세계의 한국학 연구자들 간의 학술적이고 다문화적인 학술교류가 목적으로, 전 세계 중진 학자는 물론 박사과정 대학원생 등 소장파 연구자들도 함께하는 국제적인 학술교류 네트워크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일본 야마구치(山口)현립대 국제문화학부 조교수는 "이번 대회는 세계 각지의 한국학 관련 학회가 공동주최하는데다 주최자와 참가자 모두 글로벌 규모로 개최지만 일본일 뿐"이라며 "정치와 학술교류는 영역이 다른데도 갑자기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결정은 오히려 한국학 연구자들 사이에 반감을 야기 시킬 것이며, 이는 대(對) 여론 외교라는 측면에서는 완전한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특히 이번 개최지 변경은 독도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해외 한국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한일 간 영토 문제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인식시키는 계기가 돼서 한국의 국익과도 합치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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