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전 대가야왕릉 발굴
[뉴시스] 2008년 04월 09일(수) 오후 05:16
[대구=뉴시스]대가야의 도읍이었던 경북 고령의 지산동고분군에 대한 대규모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군과 대동문화재연구원은 지산동 고분군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의 대가야 왕릉으로 추정되는 대형 봉토분 2기(제73ㆍ75호분)와 중소형 봉토분(제74호분) 및 그 주변부의 소형분들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현재 발굴조사는 지난 1977년 발굴조사된 제44∙45호분(5세기 후엽)이래 30여 년 만에 재개되는 대가야 역사와 문화 복원을 위한 가장 대규모 학술조사이다.
현재 발굴중인 제73호분은 대가야의 대형 목곽봉토분으로,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22개의 돌띠인 구획석렬(區劃石列)을 통해 직경 23m, 추정높이 7m의 원형 봉분을 축조하는데 무려 22개의 조직이 분담하였음이 밝혀졌다.
고분의 축조는 깊고 넓은 무덤구덩이인 묘광(墓壙)을 파고 그 안에 주곽(主槨)과 부장곽(副葬槨)을 T자형으로 배치했다.나무로 된 곽(槨)과 무덤구덩이 사이의 공간에는 할석(割石:깬 돌)을 채운 구조로, 이러한 공간구조는 대가야 고분 등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특히 일제강점기 이래 발굴조사 된 지산동의 중대형 봉토분들이 모두 도굴되어 일부 유물만 남아 있었으나, 이 고분은 여러 차례의 도굴이 시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체부는 도굴의 피해가 미치지 않은 처녀분으로 밝혀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제75호분은 직경 28m× 26m 규모의 타원형 봉분을 축조하였는데, 20개 조직이 각각의 범위를 나누어 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부는 73호분처럼 깊고 넓은 무덤구덩이(墓壙)를 판 다음 그 안에는 대형 수혈식석실과 부장품곽을 T자형으로 배치했다. 이 고분에서는 수혈식석실의 일반적인 구조와 달리 얇고 평평한 고분의 개석(蓋石:뚜껑돌)을 떠받을 사각기둥 모양의 대들보를 일정한 간격으로 걸친 다음 개석을 덮은 특이한 구조이다.
또 석실을 중심으로 무덤구덩이(墓壙)의 벽면을 따라 등간격으로 돌아가며 여덟 명의 순장자를 안치한 순장곽이 확인됐고 봉토 중에는 순장곽 1기와 소나 말 등 동물을 순장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순장부 2곳이 확인됐다.
특히 봉토내 순장곽에서는 순장자 머리 부분에서 철제관식(冠飾) 1점이 출토되었는데, 철제의 관식은 초기형태로서 지금까지 발굴된 유일한 예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재 석실과 부장품곽에 대한 내부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각종 철기류와 다량의 토기류가 계속 출토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그릇받침과 목단지 등 대가야 양식 토기류 200여 점을 비롯해 환두대도∙관모장식∙화살촉∙창 등의 철기류와 등자∙재갈 등의 마구류, 경옥제 곡옥과 유리옥 1000여 점이 결합된 목걸이, 금반지, 금귀고리 등의 장신구와 금동화살통장식∙금동팔찌장식∙은제귀면장식 등도 출토됐다.
특히 제73호의 목곽뚜껑 위에 금분(金粉)으로 장식한 나무함 속에 넣어 올려두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 가운데 통일신라시대 토기의 대표적인 기종의 하나로 알려져 온 주름병과 거치상점열문(鋸齒狀點列文)이 시문된 작은 바리(小盌)는 중국 등 외국으로부터의 이입품(移入品)으로 추정돼 기존 학설을 재고하는 획기적인 학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대동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 중인 5세기 왕릉급에 해당하는 대형분 2기는 고대 토목기법과 다양한 패턴의 순장곽, 고분의 안팎에서 계속 확인되고 있는 다량의 부장유물 등 대가야뿐만 아니라 삼국시대 문화 연구에 매우 귀중한 학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굴은 6월 중순까지 계속되며 고령군은 11일부터 14일까지 ‘무덤의 전설’이란 주제로 제4회 대가야체험축제를 개최해 그동안이 발굴과정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발굴조사 현장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우성문기자 뉴시스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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