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살아나고 수출 탄탄…올해 한국경제 上低下高 예상
[매일경제] 2007년 06월 25일(월) 오후 04:54
한국 경제가 그간의 부진을 떨쳐버리고 다시 도약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대를 기록하는 등 수출이 탄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견조한 수출의 뒷받침 속에 그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내수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한국 경제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탄탄한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희망은 내수에서 나오고 있다.
2003년 카드 거품 붕괴 후 나락으로 떨어졌던 내수가 올 초부터 점차 살아나면서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우선 자동차등 내구성 소비재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내수는 지난 4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나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해 강력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부분파업 철회 등도 긍정적인 조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하반기에는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가격이 하락 내지 정체상태에 놓여 있지만 최근 증시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개인의 금융투자 소득이 크게 늘면서 나타난 자산효과가 내수 회복엔 오히려 긍정적이다.
한국은행관계자는 "아파트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 자산효과가 크지 않고 주식시장 상승이 소비 분위기에 크게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 들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은 하반기에도 탄탄한 저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경기 둔화 가능성과 원화값 강세 등 영향으로 인해 수출 증가율은 상반기에 비해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상반기 수출은 1768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이 올 들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염려를 뒤엎는 결과였다.
제품 가격 하락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류와 가전이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철강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 품목이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덕분이다.
다만 원화값 강세에 따른 부담으로 그동안 견인차 구실을 했던 수출 증가율이 하반기에는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주요국이 재정 긴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유럽이 이미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는 데 이어 미국과 일본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수출업체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엔화 대비 원화값이 상대적으로 더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일본 제품과 부딪히는 주요 수출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상반기에 수출 절대금액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는 현상을 문제로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수출 증가의 근본 원인이 국산품의 경쟁력 향상보다는 세계경기 성장에 따른 수입 수요 증가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만약 세계경제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산 제품부터 수출이 급속도로 줄어들 수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이 워낙 낮았던 데다가 고용사정 호전 등 내수 회복을 뒷바침할 수 있는 조짐이 속속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상용근로자 수가 크게 늘고 있고 자영업자 소득도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최근 고용과 소득 사정이 예전보다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며 "고용 사정이 개선되면 그만큼 소비 등을 포함한 내수 성장의 질 자체가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4%대 중반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KDI는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4.2%로 예측했지만 하반기는 4.8%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2005년 2분기부터 시작된 경기 상승 기조가 지난해 잠시 조정기를 거친 뒤 올해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 같은 상승 기조가 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초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개선되고 있고 산업생산도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공식 시사했다.
재경부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지표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고 지난 4월 산업생산도 그동안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경기 회복 국면을 시사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대로 연간 4.5%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마저도 미국 경기 둔화, 중국의 긴축조치, 국제 유가 상승 등 외적인 불안 요인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내놓은 전망이다.
임종룡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25일 "지난달까지 발표된 산업활동동향과 서비스동향 등 여러 지표가 좋은 신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외부 하방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28일 발표되는 산업활동동향 등 최신 자료를 놓고 관계 연구기관과 검토를 거친 뒤 성장률 상향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KDI 관계자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산업활동동향이 특히 걱정스러웠는데 4월 지표부터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고, 5월 지표에서도 이 추세를 계속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또 생산과 재고 사이클이 선순환으로 돌아가는지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건설투자에서 공공토목 외 다른 부문에서도 투자가 상향 곡선을 그릴지 여부도 관심이다.
[정혁훈 기자 / 이근우 기자 / 김은정 기자]